16일 대만 타이베이 차이잉원 총통 후보 선거본부에서 민진당 지지자들이 차이잉원 후보자의 총통 당선을 알리는 호외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차이잉원 당선자는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됐다. AP연합뉴스

대만에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서 중국과 대만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는 16일(현지 시각) 승리 선언 첫마디에 '어떤 압박도 거부하겠다'며 중국을 견제했다. 중국 당국도 분열 반대 견해를 밝혀 양안 관계가 험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중국 압박도 거부"
승리 첫 발언부터 기 싸움

중국, '하나의 중국' 강조
'쯔위 사건' 놓고도 신경전

차이 당선자는 16일 승리가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대만은 서로 대등한 존엄을 추구해야 하며 도발과 '의외의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형태의 압박도 양안 관계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 당선자는 일치성, 예측 가능성, 지속 가능한 양안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애초 92 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공식 인정하지 않은 채 양안의 현상 유지 견해를 밝혔던 차이 당선자로선 다소 강경한 발언이다.

중국 정부도 대만 선거 다음 날 곧바로 성명을 통해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의 문제"라면서 "대륙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에 속해있다"고 경고장을 보냈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도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안의 이런 기 싸움은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중국 당국과 네티즌들이 쯔위를 대만 독립 분자라며 격렬히 비난하자 차이 당선자는 쯔위 옹호에 나섰다. 차이 당선자는 '쯔위 사건'을 대만의 주체성, 독립 의식을 고취하는 소재로 활용해 표심을 건드렸다. 중국인들의 쯔위 비난에 대한 반감과 함께 쯔위가 "나는 중국인"이라며 사과 영상을 올린 데 대한 대만인의 분노를 표심으로 연결했다.？ 중국 당국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차이잉원과 쯔위를 금지 검색어에 포함했다.

한편 차이잉원 대만 민진당 주석은 16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국민당 주리룬 후보를 물리치고 105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됐다. 차이잉원의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정치관은 20∼30대 유권자와 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