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공약(空約)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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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지역마다 '보여주기 식' 남발

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이 대형 개발사업 등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보여주기 식' 설익은 공약(空約)을 남발하고 있다. 후보들은 지역 발전이란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표심을 잡아보려는 선심성 공약이 대부분이다.

A(해운대기장갑) 예비후보는 '100% 공공어린이집' 설치 공약을 내놔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해운대구의 어린이집 242개 중 민간 어린이집이 200여 곳에 이르는데, 이를 모두 국공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지정되려면 보건복지부 평가 등 조건도 까다롭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이 같은 공약이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철도 황당한 연장부터
지자체 이름 개명까지…
'선심성' '보여주기 식' 공약
총선 앞두고 지역마다 남발

B(동래) 예비후보는 서울에 유학 중인 지역 학생들을 위한 '동래기숙학사' 건립을 주요 공약으로 앞세우고 있다. 지역 유지들의 기부에다 국비를 확보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동래지역 출신 학생들만 대상으로 한 기숙사는 명분과 실리 모두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중동) 예비후보도 지역 학생들을 위해 100억 원 규모의 장학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 기업과 주민의 자발적 모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C 후보는 북항재개발지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 외국인전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C 후보는 "크루즈 관광상품과 연계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 한 해 1조 원의 매출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법령 개정 등 난관이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D(부산진갑) 예비후보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도시철도 노선 연장'을 공약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D 후보의 구상은 지리적 특성상 많은 건설비가 필요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관련 행정 절차도 오래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상 국회의원 임기 내 마무리가 불가능해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 신인임을 감안하더라도, 의욕이 과한 공약들도 눈에 띈다.

E(서구) 예비후보는 북항 재개발지역에 건립이 계획된 부산지방합동청사를 구덕운동장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지방합동청사는 계획이 이미 확정된 상태다. E 후보는 "국회에서 얼마든지 수정·변경해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F(중동) 예비후보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싸나톨로지(Thanatology·죽음학)' 관련 공약으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전 국민 의무교육, 전 대학 의무학과 설치 등의 내용은 너무 앞서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G(사하을) 예비후보는 아예 지역구 이름을 바꾸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G 후보는 사하구를 활력 넘치는 구로 바꾸기 위해 '모래 아랫동네(沙下)'란 뜻의 지역을 낮추는 듯한 지명부터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지역 고유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먼저 지역 현실에 대한 연구·분석이 철저하게 이뤄진 뒤 이를 바탕으로 공약이 나와야 하는데 대부분의 공약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져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예비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현실 감각과 지역 감각 둘 다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사회부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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