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혹해진 대학가 '취업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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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유형 바뀌고 기업체 채용 기준 변화

부산 영광도서 취업 관련 코너에 다양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관련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K대 4학년 이 모(25·부산 남구 대연동) 씨에게 올겨울은 여느 때보다 더 혹독하다. 취업 '스펙'의 대표격인 토익 시험이 5월부터 난도가 높은 '신(新)토익'으로 개편돼 비상이 걸린 상황. 더불어 'NCS(국가직무능력표준)'라는 생소한 채용 기준 준비에도 애를 먹고 있다. 올해부터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기존의 인성·적성시험 등을 대신해 NCS를 채용 잣대로 적용한다. 이 씨는 "한 달에 NCS와 토익 준비로 드는 학원 수강료만 50만 원이 넘는다"면서 "밤늦게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까지 학원비를 벌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토익이 곧 신토익으로 개편되고 채용 전형에 NCS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혹독한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바뀌는 토익과 시행 초기인 NCS에 대한 정보 부족과 불안감으로 대학생들은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수강에 돈을 들여야 해 사교육비 부담마저 치솟고 있다.

올해 토익 유형 바뀌고 
기업체 채용 기준 변화

새 교재·값비싼 강의로
달라진 취업 정보 구해
경제적 부담 날로 가중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처음 선보인 NCS는 올해부턴 공기업과 공공기관 200여 곳으로 확대 적용된다. 삼성,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도 '직무적합성평가' 등의 NCS와 매우 유사한 자체 채용 기준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입했다. NCS는 실무에 필요한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채용 직무와 관련된 필기시험과 면접 등으로 구성된다.

취업준비생들은 각 기관과 기업별 NCS 관련 정보를 찾아 헤매고 있다. 기출·예상 문제 등을 얻기 위해 한 번에 10만~20만 원에 이르는 비싼 돈을 주고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기는 예사다. 이뿐만 아니라 기관과 기업별로 NCS 유형이 일부 달라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높아진다. 유형별로 문제집과 참고서 등을 사서 공부해야 하는 까닭이다.

토익은 5월 29일 시험부터 유형이 크게 바뀐다. 10년 만의 대변화이다. 특히 듣기영역의 경우 현 유형에서는 2명의 대화를 담은 일부 문항이 3명 이상의 대화 문항으로 바뀐다. 도표와 그래프가 포함되는 생소한 문제도 등장해 시험 난도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부산 S대 4학년 하 모(26·부산 사상구 엄궁동) 씨는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물론이고 1, 2학년생들도 토익이 어려워지기 전에 높은 점수를 받아 놓으려고 너도나도 토익 공부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 서면과 남구 대연동 지역 일부 토익학원은 이달 개설된 '800점 목표반'이 지난달 일찌감치 마감되기도 했다.

부산 B대 휴학생 박 모(27) 씨는 "토익학원비에 자취 생활비까지 한 달 지출이 90만 원에 달해 주말에 햄버거 배달을 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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