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시리아 마다야 마을 아사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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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가져 왔어요?'라고 묻는 굶주린 여자아이의 말에 가슴이 무너졌다." 내전으로 마을이 봉쇄돼 주민들이 아사 위기에 처한 시리아 마다야에 구호 물품을 싣고 도착한 파웰 크르지식 국제적십자 대변인이 AP에 전한 말이다.

3개 마을 6만 명 내전 고립
영양실조로 67명 사망
잡풀 뜯어 먹으며 연명
"2차 대전 연상시킨다"

AP와 AFP는 11일(현지 시각)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시리아 마다야와 푸아, 카프라야에 도착해 식량과 의약품, 연료, 담요 등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고 보도했다. 전달된 식량은 3개월분이다.

이날 주민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마을 입구까지 나와 구호물자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들은 구호물자를 받아들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언제 구호물자가 끊어질지 모른다며 마을에서 내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마을 입구에서 구호 트럭을 맞이한 한 교사는 AP 기자에게 "나가고 싶다. 마다야에는 물도, 전기도, 연료도, 음식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 마을 세 곳은 시리아 내전의 한복판에서 완전히 고립돼 식량과 물, 전기가 끊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이곳에선 굶주림과 의약품 부족으로 67명이 숨졌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24㎞ 떨어진 마다야를 지난해 7월 반군이 장악하자 정부군은 마을을 포위했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부 주의 시아파 마을인 푸아와 카프라야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 등이 봉쇄했다. 이 때문에 마다야 주민 4만여 명과 푸아, 카프라야 주민 2만여 명은 먹을 게 없어 힘든 생활을 해왔다.

마을 주민들은 풀을 뜯어 수프를 끓이고 개와 고양이, 당나귀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참혹한 생활을 해야 했다. 집단 영양실조로 주민들은 거리에서 만나도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야위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마다야는 '창살 없는 감옥'이나 '출구 없는 지옥'으로 묘사됐다. 이번에 이들 마을에 구호물자를 전달할 수 있었던 건 지난주 시리아 정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기아에 허덕이는 마다야 마을 주민들의 상황을 전하면서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시리아 문제 해결이 실패했다고 전했다.

굶주림으로 수십 명이 숨졌다는 구호단체들의 보고와 뼈만 남은 아이들의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자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선 스페인과 뉴질랜드 요청으로 마다야 구호 문제를 논의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마다야 주민들의 모습은 우리의 양심에 충격을 줬다"며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이 창설된 이유는 바로 이런 일을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시리아 평화회담에선 이들 주민에 대한 긴급구호가 중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엔은 마다야와 유사한 상황인 시리아 주민이 40만 명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시리아 평화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구호 노력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마을이 처한 위기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마다야 등에 어렵게 구호물자가 도착했지만, 수개월 치에 불과해서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군사적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위기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옥스팜과 세이브더칠드런 등 8개 국제구호단체는 "6개월간 이어진 마을 봉쇄를 풀고 계속 구호물자를 전달할 수 있어야 이들 마을 주민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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