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뒷짐 진 지자체 아동센터서 나랏돈 '줄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역아동센터가 일부 운영자의 도덕 불감증(본보 11일 자 9면 보도)과 허술한 복지 보조금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연간 부산 지역에만 수백억 원대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지만, 서류 검토로만 끝나는 행정기관의 겉핥기식 지도 점검 속에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아동센터는 학교가 끝난 뒤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를 가르치고, 끼니 등을 제공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1990년대까지 민간에서 공부방으로 운영되다가, 2004년 처음으로 법제화되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 895개였던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는 정부 지원으로 급속히 성장해 이듬해 1천709개로 배 가까이 늘었다. 2015년 1월 현재 전국에서 4천여 곳이 운영 중이다.

투입 예산 연 159억 넘는데 
지자체, 서류 검토 겉핥기만 
점검도 사전 통보 후에 실시 
구청 담당자 '비호' 의혹도

사회복지 수요가 늘면서 지원 예산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부산시가 부산 내 지역아동센터 205개에 지원한 예산은 159억 2천만 원(국·시비)이다. 여기에 지역아동센터 급식비로 지원되는 저소득층 아동 급식 지원 예산까지 포함하면 2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정부가 복지 촉진 등을 명목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풀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의 관리 감독에서는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거액의 국고 보조금을 집행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지도점검은 1년에 1~2차례뿐이다. 지역아동센터의 한 관계자는 "이마저도 시설장들에게 사전 통보된 뒤 이뤄지는 지도점검"이라고 말했다.

'39인 시설'로 등록한 한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월 최대 900만 원가량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지만, 실제 등록 아동 수와 출석 여부 일치 등은 형식적인 서류 확인에만 의존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했던 A 씨는 "실제로는 '종결 신청'을 했음에도 출석부상에서는 여전히 시설에 나온 것으로 되어 있으니, 구청에서도 그냥 넘어가고 있다"면서 "등록 아동이 실제 나오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식사 시간이나 토요일 등엔 현장점검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B 씨는 "아이들이 써야 하는 '출석부 서명'은 시설장 등이 왼손 등을 이용해 날조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지역아동센터의 시설장들이 구청 담당자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본보가 구청을 상대로 취재에 들어가자, 해당 사실이 동래지역 일부 지역아동센터에 곧바로 알려지기도 했다.

B 씨는 "구청이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한 형식적인 점검으로 지역아동센터의 탈법 운영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구청 설문조사 과정에선 장기 결석자나 종결 의사를 밝힌 아동들을 종결 처리하지 않은 시설 관계자들이 학부모들을 상대로 (시설에 다니고 있다고 답할 것을) 회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주민복지과장은 "남는 급식비는 정산해 반납하도록 하는 등 지도점검을 벌이고 있다"며 "가끔씩 오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급식 제공 명단에서 제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고, 제출된 서류로는 허위 여부를 찾아 낼 방법이 없어 구청도 난처하다"고 해명했다.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는 필요한 시설이고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며 "일부 지역아동센터의 의혹으로 인해 선량한 시설까지 덩달아 오명을 뒤집어쓸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아동센터의 보조금 유용·과다 청구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산 전 지역에 대한 감사와 보조금 지급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부산 경찰은 이 같은 지역아동센터의 국고 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해 11일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