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년 전 옛길들, 원도심 재생사업 활용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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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량은 부산의 원도심 가운데에서도 원도심으로 꼽힌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역과 부산항, 근대건축물과 상해거리 등 명소에다 주거지역, 산복도로에 이르기까지 부산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들이 잇따라 피고 진 곳이다. 그런 초량을 살다간 원도심 사람들의 아련한 발자취를 떠올리게 하는 100년 전 옛길 수십 개가 발견된 것은 그래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단체 '초량 1925'가 초량 옛길 수십 군데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팀을 중심으로 1914년 지적원도와 2015년 수치지형도를 비교하면서 발품을 판 끝에 실핏줄처럼 남은 옛길 40여 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옛 초량역과 부산역 사이 중앙대로 229번길은 여관·여인숙 등 숙박시설 20여 개를 끼고 있어 마치 서울의 '피맛골'을 연상케 한다. 초량2치안센터 인근은 칼 가는 소리 등 다채로운 소리를 만날 수 있어 소리 문화를 확인하는 공간으로 기대를 모은다.

도시를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골목길에는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고단하고 신산스러웠던 삶의 애환이 서려 있다. 보고 그냥 지나치는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삶의 진정성에 바로 육박해 들어가는 핍진한 문화의 힘이 그곳에는 있다. 한 도시를 여행하면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골목길을 들여다보고 그곳을 호흡하려는 이유는 그 도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골목길이 선사하기 때문이다.

망각의 저편에서 기억의 공간으로 초량 옛길들을 불러낸 것은 우선 부산문화의 복원에 다름 아니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나아가 초량 옛길은 부산 도시재생의 새로운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금껏 진행되어 온 건축물과 인물 중심의 도시 재생에서 옛길을 중심으로 도시의 선과 면을 따라 더욱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옛길이 부산문화는 물론이고 부산 도시재생의 앞날을 환하게 비추는 등불이기를 희망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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