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PK서 힘 못 쓰는 안철수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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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지지도 답보, 개인 경쟁력도 위축

서울과 수도권을 점령하고 파죽지세로 하강하던 신생 부대가 '낙동강 전선'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장수는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데 병사들은 움직일 기력조차 없다. 그나마 남아 있던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 밖에 없다. 애타게 찾던 지원군은 "내가 왜?"라며 손사래만 친다. 부산·울산·경남(PK)지역 '안철수신당'의 현주소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일로에 있는 안철수 세력이 유독 PK에서만 죽을 쑤고 있다. 지지율은 답보 상태이고, 외부 인사 영입작업은 전혀 진척이 없다.

친여·친노 세력 나뉘어
안풍 스밀 틈새 없어
'호남당' 이미지 관심 추락

오거돈·장제국 등
영입추진 인사들 손사래
총선 전망 불투명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안풍(안철수 바람)'이 PK 지역에서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신당은 부산에서 새누리당(58.1%)은 물론 더불어민주당(14.8%)에도 훨씬 못미치는 8.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욱 중요한 '정당 후보별 지지도'는 매우 심각하다. 경남에서 안철수신당의 지지율(19.9%)은 새누리당(50.9%)에 이어 2위로 더민주(15.3%)를 앞서지만, 정당 후보별 지지도는 안철수신당(11.6%)이 더민주(16.5%)에 훨씬 못미친다.

안 의원 본인의 경쟁력도 문제다. 안 의원(10.2%)은 부산지역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새누리당 김무성(32.2%) 대표와 더민주 문재인(14.5%) 대표는 물론이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11.2%)에게도 뒤졌다. 정치권에서는 "부산에서 태어나 고교(부산고)까지 졸업한 안 의원이 부산과 거의 연고가 없는 오 전 시장에게밀렸다는 것은 치욕이다"고 지적한다.

외부인사 영입작업도 사실상 답보상태다. 안 의원이 의욕적으로 영입을 추진했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노(no)"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번 PK 총선의 '최대 거물'로 꼽히는 오 전 장관은 안 의원에게 극도의 불만을 품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014년 부산시장 선거 때 오거돈 후보와 연대하기로 약속해 놓고 1주 일도 안돼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해 버렸다. 오 후보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지금도 오 전 장관 측근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오 전 장관이 안 의원과 함께 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장 총장 역시 "왜 자꾸 내 이름이 나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장 총장의 동생은 장제원 전 의원으로 현재 새누리당 사상구 공천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정치권에서는 "장 총장을 영입하려는 자체가 정치판의 최소한의 질서도 모르는 안 의원의 아마추어리즘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태"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영남권 유일 야당 3선 의원이면서 부산일보 조사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의원으로 평가받았던 더민주 조경태 의원도 6일 "총선 전에는 안 의원 쪽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안철수신당의 PK 총선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야권의 유력 인사는 "PK 총선에서 안철수신당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단정했다.

여기다 안철수신당이 '호남당화(化)'되는 것도 PK에서 존재감을 찾지 못하는 요인이다. 안철수 세력에 합류한 현역 의원들 중 호남 출신들이 유달리 많다는 것이다. PK지역 정치 성향이 '친여(親與)'와 친노(親盧)'로 나눠져 있는 것도 무시못할 원인이다. 중간지대인 안철수 세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정치권에는 "PK에서 그나마 안풍을 일으키려면 안철수 본인이 부산에 출마하는 수 밖에 없지만 과연 그런 결단을 내릴 배포와 정치적 역량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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