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란과 무역·여행 등 민간교류도 중단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4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로 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초상 아래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교류도 제한하는 강수를 다시 뒀다. 사우디를 지지하는 국가들도 이란 공세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중동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수니파 우방들 동참 갈등 확산
외교관 추방·단교 등 잇따라
시아파 규탄 시위도 연일 이어져
국제사회 "사태 해결" 촉구


사우디는 4일(현지 시각) 이란과의 교역과 항공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란 시위대가 자국 공관을 공격한 데 대한 추가 보복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란과 항공은 물론 교역을 종결하고 사우디 국적자의 이란 여행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항공 당국도 이란으로 가거나 오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 모슬렘의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 성지 순례는 허용하기로 했다. 이란의 성지 순례마저 금지하면 사우디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이란 성지순례 비자 발급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이란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우방들도 이란에 대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바레인은 4일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바레인은 자국 내 있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안에 바레인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수단도 이란과 단교하면서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과 외교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췄다. 수니파 국가들의 모임인 아랍연맹은 오는 10일 이란 내 사우디 공관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시리아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도 사우디를 지지하고 나섰다. 사우디는 시리아국민연합을 후원하고 있다.

이란을 지지하는 시아파들은 바레인과 이라크 곳곳에서 사우디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라크 바그다드 시위에서는 사우디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수니파가 다수이고 시리아 내전 해결 방식에 대해 사우디와 의견을 같이했던 터키는 이례적으로 사우디를 비난했다. 터키 누만 쿠르툴무시 부총리는 "우리는 사형제를 폐지했다"며 "정치적인 동기가 있는 사형제는 지역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은 사우디 공관에 대한 시위대의 공격에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사우디를 향한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사우디의 외교 단절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사우디가 생존 위기에 놓였다는 증거"라며 "외교 단절 선언 등은 국내 문제에 대한 시선을 밖으로 돌리려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일촉즉발인 중동 사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4일 사우디와 이란 외무장관들과 접촉해 서로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란과 사우디 외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악화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피해 줄 것을 주문했다.

스테판 드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중동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우디와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알제리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중동지역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일을 막도록 사우디와 이란은 자제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