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회항사태…예견됐던 '악몽의 7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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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부터 문틈 벌어졌다" 승객 항의 묵살

3일 세부를 출발해 비행 중이던 진에어 LJ038편 안에서 한 승객이 벌어진 문틈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어 보는 모습. 독자 제공

속보=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부산 김해공항으로 오다 출입문 이상으로 회항한 진에어 비행기(본보 4일 자 1면 보도)가 출발 전부터 이상이 있었다는 승객들의 증언이 나왔다. 일부 승객이 문틈이 벌어진 것을 발견하고 승무원에게 알렸지만 별다른 안전 조치 없이 그대로 이륙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본보가 승객으로부터 확보한 동영상을 통해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증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항공사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출발 전부터 문 열렸지만 
승무원 '이상 없다' 답해" 
진에어 승객들 의혹 제기  
항공사 "기체 결함 아냐"


본보 취재진이 3일 오후 9시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 피해 승객(전체 163명) 중 일부를 취재한 결과, 복수의 승객이 출발 전부터 문이 꽉 닫히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열려 있던 문과 20m 남짓 떨어진 좌석에 앉았던 박중석(60·경남 거제시) 씨는 "출발하면서 문틈이 벌어진 것 같아 승무원에게 이륙 후 문이 열려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운항에는 문제가 없고 조종석에서 감지된 것도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출발 전부터 일부 승무원이 출입문이 정상이 아닌 것을 감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승객은 출입문을 수차례 여닫는 승무원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비상구 쪽에 앉아 있던 문정원(26) 씨는 "문 쪽을 보고 있는데 승무원이 문을 두세 번 정도 당겼다 밀었다 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더라"며 "당시에는 문틈이 벌어져 이런 사고가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1만 피트에 이를 무렵, 기체는 두세 번 정도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5초가량 급하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출입구가 보이는 앞쪽에 앉은 김하나(37) 씨는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빨려 나가는 그림이 그려지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

1시간 10분의 악몽 같은 비행 끝에 비행기에서 내렸지만, 승객들은 문제의 문을 이용해 내릴 수도 없었다. 벌어진 문틈 탓에 문이 휘어져 열 수 없었던 것이다. 유기식(74) 씨는 "승객들은 뒷문과 맞은편 문으로만 나왔다"며 "문 한쪽이 찌그러져서 열리지도 않는데 기체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승객들의 주장에 대해 진에어 측은 "승무원이 기장석에 물어봐 시스템상 문제가 없어 승객의 질문에 이상이 없다고 답했으며 승무원도 문틈이 벌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틈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서 진에어 측은 "항공기 자체 결함은 아니고 문 조작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 않나 추정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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