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사, 종합심사제(공사 비용·시공능력 종합 평가)로 '찬밥'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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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국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부산 건설업계가 노심초사다.

종심제는 덤핑 수주와 부실 시공의 주범으로 꼽힌 기존의 최저가 낙찰제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로 낙찰자를 가격뿐 아니라 시공능력과 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한다.

국가·공공기관 발주 공사
올해부터 종심제 본격 도입

"평가 방식 대기업에 유리"
지역 업체들 '보호책' 요구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와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최저가 낙찰제 대신 종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상은 300억 원대 이상 공사. 따라서 올해부터는 연간 12조~14조 원에 달하는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가 종심제를 통해 낙찰자를 선정한다.

기획재정부 측은 "최저가 낙찰제가 안고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심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최저가 낙찰제는 일정 기술력을 보유한 건설사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출한 건설사가 낙찰자가 된다. 이 때문에 덤핑 낙찰과 저가 하도급,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러나 종심제는 자금력을 갖춘 메이저 건설사에 유리한 반면 중소 건설사가 공동도급할 기회를 차단할 가능성이 커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더 악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종심제 평가 기준에서 지역 공동도급 비중이 너무 작아서다. 기획재정부의 종심제 기준을 보면 낙찰자는 가격(50~60점)과 공사 수행능력(40~50점), 사회적 책임으로 결정된다. 공동도급은 사회적 책임 항목에 포함된다. 사회적 책임은 상생협력(공동도급)과 고용, 공정거래로 구성된다. 문제는 사회적 책임은 가점이라는 점이다. 즉, 가격과 공사 수행능력에서 100점 가까운 점수를 받는 건설사의 경우 사회적 책임 가점이 큰 의미를 찾지 못한다.

부산의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어지간한 메이저 건설사는 가격과 공사 수행능력에서 100점 만점에 육박하는 자격을 갖춰 가점에 불과한 공동도급을 외면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부산항만공사가 발주한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 항만배후단지 3공구에서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3공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한 10개 컨소시엄의 부산건설사 공동도급 비율은 10%대에 머물렀다. 부산 건설업계와 부산시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요구하는 공동도급 비율(30%)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 3공구는 종심제 시범사업으로 진행됐으며 당시 사회적 책임 중 상생협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0.2점이었고 그나마 이 점수도 가점 항목에 불과했다.

부산 건설인들은 "향후 종심제로 발주하는 공사에서 상생협력 가점이 얼마나 배점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소 건설사를 보호하는 장치로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태섭·전대식 기자 ts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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