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란과 외교 단절 중동 정세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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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란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차 처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으로 촉발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일(현지 시각) 이란과 외교를 단절한다고 밝혔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이내에 본국을 떠나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등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테러 혐의로 처형한 뒤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한 데 따른 조치다. 이란은 반박 성명을 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 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사우디의 단교 조치는 큰 실수"라며 "사우디의 실수로 중동 안보가 위협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종파 갈등 곳곳서 마찰
시리아 사태 해결 악영향
극단주의 세력 확장 우려

이번 마찰은 양국에 그치지 않고 있다. 수니파 왕정 6개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사우디를 지지했다. 아랍에미리트도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불러 사우디에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요르단과 이집트도 사우디 외교 공관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고 사우디를 두둔했다. 반면 이라크 시아파 최고 지도자는 사우디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파키스탄과 인도에서도 시아파 수천 명이 사우디 규탄 시위를 벌였다.

AP통신은 중동지역 수니파와 시아파의 극한 대립은 시리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불안한 중동 정세는 과격한 무장조직이 뿌리내리기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유럽을 난민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이기도 하다.

유혈사태 종식과 테러조직 소탕, 난민 위기 해결에는 종파 간,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의 종파 갈등은 사태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사례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에서 시아파 정부와 수니파 주민 간 적대감이 수니파 무장세력 IS에 승리를 안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는 국민 다수가 수니파다. 하지만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어 수니파 무장세력이 반정부 활동을 펴고 있다. 예멘에서는 시아파 반군인 후티가 수니파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무장 개입해 예멘 사태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극한 갈등은 중동을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혼란한 중동 정세를 틈타 세력을 확장한 극단주의 무장세력은 프랑스 파리 테러, 미국 샌버너디노 총격 같은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를 일으켜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한편 사우디 이란 갈등으로 국제 유가는 2% 이상 올랐다. 중동에 긴장이 높아지면서 원유 생산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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