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뻘 학생들 덕분에 살맛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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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기계기반 융합부품소재 창의인재 양성사업단 소속 학생들이 부산 중구 보수동 보수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제작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부산지역 공대생들이 전공 지식을 활용해 노후 아파트 시설을 개선하는 '재능 나눔'을 펼쳐 연말연시를 훈훈하게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중구 보수동 산복도로에 자리한 보수아파트. 복도에 들어서자 인기척을 느낀 천장 센서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부산·부경대 공대 40여 명
중구 보수아파트 개선 나서

복도 천장 태양광 센서등
어르신 손잡이 지지대 등
노후 건물에 편의시설 설치


이 센서등은 '부산대 기계기반 융합부품소재 창의인재 양성사업단' 학생들이 최근 설치한 것이다.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요금 걱정도 없다.

집을 나서던 한 주민은 "원래 있던 조명은 어두운 데다 그마저도 전기요금을 아끼느라 잘 켜지 않았다"며 "센서등 덕분에 아파트 전체가 밝아졌다"고 말했다.

창의인재 양성사업단은 지난달 20일 중구청, 중구종합사회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대학생 지역사회 기여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거환경이 특히 낙후된 보수아파트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1969년 건립된 이 아파트는 지난해 초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될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였다. 400여 세대 중 3분의 1 정도는 비어 있고, 주민들은 아직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

사업단 소속 부산대와 부경대 공대생 40여 명은 아파트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들은 뒤 어떻게 시설을 개선할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13개 팀이 아파트 5개 동을 나눠 맡아, 한 달 동안 시설 개선 공사에 들어갔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손잡이 지지대를 설치하고, 계단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붙였다.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다목적 평상도 만들었다. 평상 한가운데가 탁자로 변신하는 구조도 학생들이 직접 설계했다.

이 밖에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 모든 세대 창문에 단열필름을 부착했고, 깨진 유리창도 말끔하게 보수를 마쳤다. 가장 인기가 높은 건 '태양광 센서등'이다. 5동 담당 학생들이 설치했는데, 1~4동 주민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보수아파트 주민대표 박문수(61) 씨는 "자식·손주뻘 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일을 하길래 커피를 끓여 준 게 전부였다"며 "수십 년 만에 아파트에 안전·편의시설이 생겨 주민들이 정말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공학 지식을 활용해 하나부터 열까지 공사 전체를 담당했다"며 "올겨울 주민들에게 따뜻한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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