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0주년] 70번 버스서 만난 부산 사람,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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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새벽, 한국 근대사의 나이테를 촘촘히 간직한 부산의 산복도로를 '70번 버스'가 궤적을 남기며 달리고 있다. 창간 70주년을 맞는 부산일보는 영도를 출발해 민주공원까지를 왕복하며 부산 원도심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70번 버스'처럼 여러분의 발이 되어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김경현 기자 view@

문이 열리자 새벽 찬바람이 버스에 먼저 올라탔다. 검은 비닐봉지를 든 사내가 타자마자 썰렁한 버스에 고소한 튀김 냄새가 가득 퍼졌다. 빈자리에 앉아 휴대전화 두 대를 꺼내 화면을 살피는 사내는 추위와 피로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부산 서구청 정류소에서 70번 버스를 탄 그는 민주공원 근처 산복도로 중턱의 집으로 퇴근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대리운전기사다. 일을 마치는 충무동 언저리에서 산복도로까지 올라가는 대중교통은 70번 버스밖에 없다. 밤새 다른 이의 발로 뛰어다닌 그에겐 70번 버스가 퇴근길 유일한 발이다.

연중 슬로건 내건 부산일보
70번 버스서 만난 부산 사람
그들의 삶, 성원합니다

고소한 냄새의 근원은 고로케(크로켓)였다. 새벽에 퇴근하는 그가 아이들을 위해 고로케를 사간다고 했다. 잠이 덜 깬 도심의 풍경을 발치에 두고 망양로로 힘겹게 70번 버스가 올라가는 동안 바다 너머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고로케 3천 원어치를 가슴에 품은 사내도 버스에서 내렸다.

시계가 한밤을 향해 달려갈 즈음, 남포동 정류소에서 50대 중후반의 아지매 둘이 타면서 버스는 수런거렸다. 친자매처럼 까르르 웃으며 수다를 떠는 이들은 2개월 전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다. 식당 일을 마치고 보수산 중턱 산동네로 퇴근하는 버스에서 자주 마주치다가 며칠 전에야 통성명을 했단다. 아직 서로 이름을 외우지 못해 '70번 언니' '70번 동생'이라 부른다지만, 최근에야 부산으로 이사 와 외로움을 타는 언니에겐 둘도 없는 소중한 말벗이다.

영도 봉래산 중턱에서 출발해 남포동과 구덕운동장을 거쳐 민주공원에서 돌아가는 70번 버스는 30년 넘게 산만디 사람들의 발을 자처했다.

원도심을 오르내리는 70번 버스처럼 부산일보도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부산사람의 희로애락을 실어 날랐다. 날품 팔러 내려왔다가 쌀 한 말 팔아 산동네로 돌아간 사내, 암으로 입원한 부인을 위해 매일 미음을 만들어 병원에 가는 할아버지에게 70번 버스가 따뜻한 등받이를 내줬듯 부산일보도 높은 곳에 사는 낮은 사람들에게 믿음직한 대변자가 되고자 했다.

부산일보가 70년을 한결같이 부산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독자의 성원 덕분이다.

올해 창간 70주년을 맞는 부산일보가 연중 슬로건을 "당신을 응원합니다"로 정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하여 조리장 시험을 준비한다는 '70번 동생', 건강한 몸으로 부부가 두 손 꼭 잡고 버스를 타고 싶다는 할아버지처럼 70번 버스에서 만난 부산 사람의 소망에 응답하고자 한다.

한 평의 공간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산 사람, 열악한 환경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부산 사람의 이야기도 펼쳐 보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부산일보가 다시 각별한 신년 인사를 건넨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이혜미 기자 fact@busan.com

영상제작=김강현 PD, 심은경 대학생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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