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주 시장 '차세대 경영'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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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주시장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비엔그룹이 오너가 2세를 대선주조의 경영 최일선에 전격적으로 배치, 무학과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무학도 오너 3세를 앞세워 시장 수성에 나서면서 신년 벽두부터 부산·경남을 무대로 한 '대를 이은 소주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선주조 대표이사에 조우현 전무 선임
조성제 회장 차남… '2세 경영' 본격화
무학, 오너 3세 최낙준 상무 마케팅 총괄


비엔그룹은 그룹 경영진 회의를 열고 대선주조 대표이사에 비엔그룹 조우현(40) 전무를 선임했다고 31일 밝혔다. 조 신임 대표는 조성제 비엔그룹 명예 회장의 차남으로 2003년 비엔그룹에 입사, 비엔그룹 비서실과 ㈜바이펙스 대표이사, 비아이피㈜ 상무 등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비엔케미칼㈜ 대표이사로 근무해 왔다. 비엔그룹은 현 박진배 대선주조 대표이사 사장을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선주조는 박진배 사장과 조우현 전무 2인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 같은 운영체제 전환은 부산의 소주시장을 놓고 무학과 수년째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대선주조가 새해 들어 조직을 재정비하고, 그룹 역량을 결집시켜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엔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요점은 대선주조의 경쟁력 강화다. 신임 조우현 대표는 마케팅만 전담하고, 재무, 인사, 노무 등 회사 총괄 관리는 박진배 대표이사가 맡는 '투톱형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부산 소주시장의 90%까지 장악했던 대선주조는 푸르밀 신준호 회장의 '먹튀' 논란에 휩싸여 시민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시장 점유율이 급락, 경남지역 업체인 무학에 선두를 내줬다. 2011년 비엔그룹이 인수하면서 자존심 회복에 나섰지만, 한번 꺾인 기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2월 기준 부산지역 소주시장 점유율은 무학이 65.3%로 1위를 기록했고, 대선주조는 28.2%로 한참 뒤졌다.

대선주조는 2014년 '시원블루'의 인기로 4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부산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무학이 불붙인 '리큐어주(과일맛 소주)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적자로 되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위기감에 따라 비엔그룹이 오너 2세인 조 신임 대표를 대선주조의 경영 최일선에 전진 배치, 현장 마케팅에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시키면서 무학과 전면전을 치르려 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팔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 비엔그룹의 경영 철학이지만, 마케팅이 승패를 결정짓는 소주시장에서 더 이상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

이에 앞서 무학도 최재호 회장의 아들인 최낙준(28) 상무를 지난해 경영 일선에 합류시키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상무는 마케팅사업본부장을 맡아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부산·경남 양대 업체가 오너 2·3세를 최전방에 배치하면서 갈수록 순해지는 소주 트렌드와 다르게 소주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독한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박진국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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