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힘들었던 메르스도 이겨냈는데…"
메르스 온 몸으로 겪은 2인 인터뷰
지난한 한 해를 건너오는 일이 누구 하나 쉬웠겠는가. 다들 각자의 고민으로 각자의 삶을 짊어지고 나가느라 허리가 휘청였을 테다.
그중에서도 2015년의 무게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5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한가운데 있었던 이들이다. 메르스를 온몸으로 헤쳐 나온 이들의 지나간 고통과 새해의 희망은 어떤 것일까?
■좋은강안병원 서우영 원장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좋은강안병원은 부산의 두 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곳이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원을 코호트 관리(병원 내 격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2주간 180여 명의 환자와 간병인이 격리 조치됐다.
좋은강안병원 서 원장
확진자 판정 2주 병원 격리
"2015년 평생 못 잊을 것"
서우영(62) 원장은 "2015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수없이 벌어졌다. 병원에 갇혀 있던 한 50대 환자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병실에서 휴대폰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접해야만 했다. 장례식장에 가서 상주 노릇을 하겠다는 환자를 직접 만류하며 서 원장은 속으로 수차례 눈물을 삼켰다.
또 당시 격리된 상태에서 폐렴으로 목숨을 잃은 한 80대 환자의 유가족은 좋은강안병원 외에는 어디에도 빈소를 마련하지 못했다. 다른 병원에서 빈소 마련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가족은 어쩔 수 없이 조문객이 기피하는이 병원에서 장례를 치러야만 했다.
서 원장은 "그러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좋은강안병원에는 올 한 해 여러 시민단체가 보낸 비타민 등 후원품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 서 원장은 "따뜻한 도움이 역경을 이기는 힘이 됐다"며 "이제 2015년을 뒤로 하고 새해에는 힘찬 도약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목촌돼지국밥 박달흠 사장
"왜 하필 우리 집일까?"
박달흠(56) 사장은 당시를 떠올리면 한탄부터 나온다고 했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6월 2일.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사하구 괴정동에 위치한 이 식당의 1주일 사이 매출은 10분의 1로 확 줄었다. 1주일 사이 100여 통이 넘는 전화가 왔다. 모두가 비속어와 욕설을 섞어가며 동네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빨리 문을 닫으라고 했다.
목촌돼지국밥 박 사장
매출커녕 욕설 전화 빗발
"서울 손님 격려에 힘 얻어"
보균자가 다녀간 지 6일째 되던 날 식당 종업원들이 격리 조치됐다. 한 직원은 모친상을 당했지만 다녀올 수 없었다. 정기적으로 어르신 중식 나눔 행사도 꾸준히 열었지만 찾아오는 이는 없었다. '메르스 식당'이 무슨 나눔 봉사를 하느냐는 핀잔만 쏟아졌다.
지금은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다. 역시 주변의 도움이 컸다. 박 사장은 "메르스를 이겨낸 저희 식당을 격려하려고 서울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메르스 같은 국가적 재난 없이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화위복'과 '고진감래'가 서 원장과 박 사장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준영·김준용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