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 산유국 호시절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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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산유국들의 '세금 없고 기름이 물보다 싼' 호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산유국들이 휘발윳값을 포함해 각종 요금을 인상하고 재정파탄을 피하기 위해 긴축 재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초긴축 정책
휘발윳값·전기료 등 인상
무세금 정책 포기 속출
美 셰일오일 업체 더 큰 타격

■산유국 초긴축 재정정책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는 29일부터 연료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보통 휘발유 가격을 L당 12센트에서 20센트로 67% 전격 인상했다. 사우디는 전기·수도 요금까지 올리기로 했다. 사우디는 올해 98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내 건국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우디 뿐만 아니라 올해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이집트와 앙골라, 가봉, 인도네시아도 에너지 보조금을 줄줄이 삭감했다.

산유국들은 세금 카드도 꺼내들었다. 걸프 지역 6개 산유국의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이르면 내년부터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중동 산유국들이 고수해온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 등이 없는 무세금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다.

■산유국 신용등급 추락

산유국들의 국가신용등급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8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의 맨 아래 단계인 'Baa3'로 한 단계 강등한 데 이어 최근엔 투기등급으로 강등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무디스로부터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있다는 'Caa3' 등급을 받았다. 오만은 S&P의 평가에서 국가신용등급이 BBB+으로 강등됐고, 러시아는 무디스로부터 'Ba1' 등급을 받았다.

■美 셰일 '치킨게임' 백기 드나

저유가 현상이 심화하면서 미국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은 중동 산유국들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내년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의 감산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57만 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1912년부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집계한 이래 최대의 감소폭이다.

이 같은 감산은 그간 원유 감산을 거부하며 '치킨게임'을 벌여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한 셰일업체의 항복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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