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추모공원 플라스틱 옹벽 위험천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기장군 정관읍 부산추모공원의 한 가족봉안묘 묘역 아래 플라스틱 옹벽이 부분적으로 깨지고 틈새로 흙이 흘러내렸다. 정종회 기자 jjh@

"조상님들 노하실라…."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 일부 묘역의 옹벽 겉면이 플라스틱 블록으로 시공돼 흙이 새는가 하면 파손까지 발생해 부실시공 의혹이 일고 있다.

3개 가족봉안묘 묘역 200m
파손 심각 '배불림 현상'도
흙 흘러내려 비 오면 불안
전문가 "재질·구조 바꿔야"


전문가들은 해당 옹벽을 이 상태로 방치했다가는 흙이 계속 떨어져 나가 옹벽 전체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4일 오후 취재진이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 가족봉안묘를 찾아 확인한 결과 5, 12, 13묘역 200m 구간에 설치된 높이 1~3m 옹벽 표면에 사용된 블록은 콘크리트 블록이 아닌 '플라스틱(PVC) 식생 블록'이었다.

이들 블록 구멍 사이로 흙이 쏟아져 나와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직으로 서 있어야 할 옹벽이 비스듬하게 경사가 진 '배불림' 현상도 발견됐다. 일부 플라스틱 블록은 깨져서 너덜너덜한 상태였고, 손으로 흔들었을 때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블록도 상당수였다.

부산도시공사가 2003년부터 정관읍 두명리 25만 7천㎡ 부지에 조성한 부산추모공원은 2008년 2월에 봉안 업무를 시작했다. 부산추모공원의 가족봉안묘 묘역은 총 16개로 이중 플라스틱 식생 블록은 5, 12, 13묘역에만 사용됐다.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해당 묘역의 옹벽은 그물망을 깔아 땅을 다지면서 흙을 잡아 주는 '보강토 공법'으로 조성됐는데, 겉부분에 플라스틱 식생 블록을 사용한 이유는 옹벽을 풀로 뒤덮기 위해서라는 것. 플라스틱 구멍 사이로 풀이 자라도록 해 옹벽의 미관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옹벽에 수분이 부족하고 플라스틱 블록이 겉으로 노출돼 있어 식물이 자라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식물이 말라 죽을 경우 플라스틱 블록 안에 있는 흙이 밖으로 떨어져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랜 기간 햇빛과 비에 노출된 플라스틱의 파손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도 플라스틱 식생 블록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부산대 토목공학과 임종철 교수는 "옹벽 속 그물망과 표면 블록 모두 제 역할을 해야 건전한 벽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문제 옹벽의 플라스틱 블록을 콘크리트로 바꾸거나 옹벽 자체를 비스듬하게 사면으로 만드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추모공원을 관리 중인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공원 인근 월평마을의 민원 때문에 부산도시공사가 5, 12, 13묘역 옹벽만 무덤 표시가 덜 나도록 플라스틱 식생 블록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년에 해당 옹벽 전체를 점검한 뒤 보수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하·안준영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