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여야 거물급 맞대결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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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상구(沙上區)는 인구 24만 명의 작은 동네다. 부산 전체 인구의 6.8%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년 20대 총선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의미는 대단하다. 이 곳을 '상상(想像) 이상의 선거구'라고 부르는 이유다.

PK 10개 선거구 판세 영향
"승리 땐 서부산권 장악"
현 출마예상자 '고만고만'
與, 거물·野, 문재인 거론

■부산 사상구의 정치적 의미.


우선 지도를 보면 사상의 정치적 위상을 알 수 있다.

사상은 부산의 사하갑·을, 북강서갑·을, 부산진갑·을과 바로 붙어 있고, 경남의 김해갑·을 및 양산(분구 예상)과도 연결돼 있다. 이른바 내년 부산·울산·경남(PK)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평가받는 '낙동강 벨트'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많게는 10개의 PK 선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사상에서 이기는 세력이 '낙동강 전투'에서 승리한다"는 말도 나돈다.

정치적 의미도 상당하다. 사상은 부산권의 여당세와 동부경남의 야당세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부산의 '여풍(여당 바람)'이 더 강하면 인근 동부경남의 '야풍(야당 바람)'을 압도하게 돼 새누리당이 PK 전체를 석권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새누리당이 사상에서 야풍을 막지 않으면 낙동강 벨트를 고스란히 내줘야 할 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김무성 대표까지 참석한 서부산 발전 전략회의를 사상에서 개최한 이유도 이 지역의 정치적 중요성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상은 여당에게 호락호락한 지역이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55%) 후보가 새누리당 손수조(43%) 후보에게 압승을 거둔데 이어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오거돈(50.7%) 후보가 새누리당 서병수(49.2) 후보를 이겼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가 부산의 16개 자치구 중 꼴찌를 차지한 곳이 사상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야당 정서가 많이 희석됐다고는 하지만 절대 만만하게 봐서 안되는 곳이 사상구"라며 "사상을 지켜야 서부산권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했다.

■'빅카드' 준비하는 여야 정치권.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여야 출마 예상자들은 이 지역이 가지는 중요성에는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새누리당에선 권철현·장제원 전 의원과 손수조 당협위원장이, 새정치연합에선 배재정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이영철 전 지역위원장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선 손수조-배재정 간 '여성 대결'이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손 위원장은 지난 총선때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참패해 문재인 대표를 정치권에 진입시킨 장본인이고, 배 의원은 서부산 전체 선거를 총괄하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에서 '거물급 투입설'이 동시에 나돌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부산고검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과 부산교육감에 내리 3번 당선된 설동근 동명대 총장,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론된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동부산권에 거론되는 인사를 사상에 투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문재인 카드'가 유효하다. 본인이 지역위원장을 내놨지만 낙동강벨트의 중요성을 감안할때 '재출마'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새누리당의 유력인사와 문 대표가 맞붙는다면 사상은 전국 최대의 격전지로 부상한다. 당연히 승자(勝者)는 PK 정치권을 대표하는 차기 유력주자로 자리매김한다.

권기택·강희경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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