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퀸덤 할인분양, 은행 간부 10억대 금품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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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5억 원대 아파트를 제값 주고 산다는데도 할인분양 대행업체가 거부하더라고요. 원래 분양가로 사도 투자가치가 있다고들 했는데 이상했지요. 결국 1억 원 이상 할인해서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부당 할인율 묵인 대가 받아 
외제차·명품시계도 수수
업체, 800세대 250억 챙겨 
분양업체 대표 등 3명 구속

'국내 최초 영어마을'을 표방하며 관심을 모았던 부산 강서구 명지퀸덤아파트는 2010년 11월 시행사 부도 이후 전국 최초의 할인분양 대행업체를 내세워 할인분양에 들어갔다.

당시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 했던 정모(63)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렇게 할인분양된 아파트는 약 800세대. 정상가로 사전 분양받은 이들은 아직까지도 계약해제 등 소송 여러 건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아파트 할인분양 이면에 있었던 대형 시중은행과 할인분양업자 간 수억 원대 금품 비리가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부당한 할인분양을 묵인해준 대가로 이 은행 간부 세 명이 받아 챙긴 금품은 10억 원에 가까웠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형근)는 KB국민은행 모 지점장 윤 모(51) 씨와 과장 최 모(40)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구조화금융부 부장 전모(50) 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3명에게 현금, 외제차, 명품시계 등 9억 8천300만 원 상당 금품을 건넨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42) 씨도 같은 법률 위반(증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할인분양을 둘러싼 검은 고리는 2005년 이 아파트 시행사가 KB국민은행을 대표로 하는 13개 금융기관(대주단)으로부터 사업자금 3천억 원을 대출하면서 시작됐다. 시행사 부도 이후 이 은행은 '할인분양'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기로 하고 관련 실적이 전무했던 김 씨의 업체에게 할인분양 대행용역을 맡긴다. 계약 조건은 20% 할인분양으로, 그 이상 발생하는 차익은 대행업체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문제는 이듬해인 2011년 3월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로 부산의 분양 열기가 되살아났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부는 채권회수를 위해서는 할인율을 낮춰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김 씨는 할인분양을 계속하면서 전체 분양가의 80%만 대주단에 넘기고 분양받으려는 이들로부터 웃돈을 더 받아 챙겼다. 이렇게 약 800세대를 할인분양하고 이 업체가 챙긴 수익은 250억 원이었다.

당시 구조화금융부 팀장이던 윤 씨, 과장이던 최 씨는 이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김 씨로부터 각각 현금 2억 1천500만 원, 현금과 외제차, 골프여행, 명품시계 등 7억 1천만 원 상당 금품을 받았다. 후임 구조화금융부 팀장으로 온 전 씨도 김 씨로부터 5천800만 원 상당 금품을 받고 할인분양과 그로 인한 부실시공을 주장하는 수분양자들의 항의에 눈감았다.

부산지검 차맹기 2차장검사는 "아파트 할인분양 과정뿐 아니라 부동산PF 부실채권 관리·회수 과정에도 금융기관과 업자 간 대규모 비리구조가 존재하고, 다른 사업과 인맥을 통해 유착관계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음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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