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남은 총선 '낙동강 벨트' 과열·혼탁 양상
유권자 청와대 관광 등 고소·투서 난무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부산지역 격전지로 분류되는 북·사상·강서·사하를 포함한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유권자 청와대 관광 주선 등
사하구에서만 11건 조사
북·강서을 명예훼손 고소도
벌써 불법·탈법선거 우려
특히 예비후보 등록일(15일) 전부터 정당 간 경쟁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불법·탈법 선거'와 '비방·혼탁 선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밀착 감시와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5시 30분 사하구청 앞에서 관광버스 두 대에 사하구민 40여 명이 탑승해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들은 회비 2만 원에 교통비, 세 끼 식사, 다과를 제공 받았다. 이들의 청와대 방문은 사하갑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 중인 A(새누리당) 씨의 지인들이 지역 유권자들을 모집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에 A 씨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신고가 들어와 A 씨와 한 측근이 선관위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와 조치 내용에 대해 선관위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1월 초에는 A 씨와 또 다른 출마예정자인 B(새누리당) 씨가 사하구 모 경로당 야유회에 참석해 격려금, 음료, 술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야유회 참가 주민 30여 명이 선관위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A 씨는 행사 참석을 인정했지만 금품이나 향응제공 의혹을 부인했으며, B 씨는 행사 참석 자체를 부인했다.
13일 사하구 선관위에 따르면 올해 사전 선거운동으로 인해 사하갑·을 선거구에 11건의 조치가 있었다. '공명선거 협조요청'이 4건, '공명선거 준수요청'이 4건, '서면 경고'가 3건이다.
이는 4년 전 예비 후보 등록 전 조치 건수에 비해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예비후보 등록일 전에 검찰 고발 바로 전 단계인 '서면 경고' 조치가 세 차례나 이뤄진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하갑 선거구의 총선 경쟁이 조기 과열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 공무원은 "격전지로 부상한 선거구의 경우 벌써부터 청와대 방문, 등산 모임 등을 가장한 지지자 확보 경쟁이 불붙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여당 후보 간, 여야 후보 간 신고와 투서, 흠집 내기까지 난무하면서 조기 혼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북·강서을 지역에서는 '보조금 지원'으로 C(새정치민주연합) 구의원과 여당을 지지하는 관변단체장 D 씨가 충돌해 끝내 고소사태까지 빚어졌다.
C 구의원은 10월 임시회에서 D 씨가 새누리당의 조직을 맡고 있다며 보조금 지원 삭감을 요청했다. C 구의원은 "관변단체의 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경우 보조금을 중단할 수 있다는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따른 요청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D 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C 구의원이 업무추진비를 본인의 술과 밥을 먹는 데 탕진한다'는 글을 게시했고, C 구의원은 지난 6일 북부경찰서에 D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D 씨는 "C 구의원이 업무추진비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해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게재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선거가 조기 과열되거나 고소, 고발이 난무하면 인물이나 정책보다 단순한 '흠집 내기'에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며 "선관위는 은밀히 진행되는 불법·탈법 선거운동 행태에 대해 철저한 단속에 나서는 한편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김준용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