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연탄 '기부 온기' 올해는 반토막
부산 서구 초장동에 사는 정 모(89) 할머니는 최근 동주민센터에서 낡은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바꿔주겠다는 제의를 거절했다.
부산 연탄 기부 현재 20만 장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쳐
공기업·은행 등 관심 줄어
이유는 단순했다. 유지비 측면에서 기름보일러가 연탄보일러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기름보일러로 한 해 겨울을 나려면 3드럼(600L)이 필요하다. 한 드럼에 약 16만 원이니 겨울을 나려면 50만 원이 든다. 연탄보일러는 한 달에 150장, 내년 2월까지 400장이면 겨울을 날 수 있다. 연탄 400장은 20만 원, 기름값의 반값이다.
정 할머니는 화분 옆에 쌓인 연탄 100장을 바라보며 "이거 없으면 겨울 못 넘긴다"고 말했다. 연탄은 정 할머니에게 생필품인 것이다.
정 할머니처럼 연탄보일러를 이용하는 독거노인은 동구 범일동, 서구 아미동, 남구 문현동 일대에 많이 산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연탄의 온기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연탄 기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민간봉사단체인 '사랑의 연탄은행'은 올해 연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2월 현재까지 연탄은행에 기부된 연탄 수는 20만 장이다. 지난해 48만 7천 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연탄 숫자가 줄어든 데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공기업, 은행들의 기부가 줄었기 때문이다.
B은행은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고민하다 보니 올해는 다른 곳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B공사는 "연탄은행은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더 열악한 단체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의 후원도 지난해보다 30~40% 정도 줄었다. 2004년 연탄은행이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연탄기부를 해오고 있는 기업은 KT, 코웨이, 롯데건설과 야구선수 이대호 정도다.
연탄은행 측은 지난 3년간 매년 900여 가구에 500장 내외로 지급하던 연탄을 250장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10년 동안 연탄은행의 연탄으로 겨울을 보낸 범일5동 허순연 6통 통장은 "길에 쌓인 연탄이 반으로 줄어들자 마을 어르신들이 걱정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연탄은행 강정칠 대표는 "마지막 남은 희망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다"며 "연탄 세 장, 1천500원이면 누군가가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