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서류로 서민 전세자금 대출' 사기 조직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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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서류로 서민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거액을 챙긴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허위 임차·임대인 중에는 마약사범도 포함돼 전세자금 일부는 마약 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 브로커 등 6명 구속
허위 임차·임대인 내세워
3년간 총 25억 대출 받아

임차인 중엔 마약사범도
중개사 등 96명 불구속 기소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허위 임대차 계약서와 재직증명서를 꾸며 서민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총책 A(61) 씨 등 대출 알선 조직 브로커 4명과 체포 과정에서 히로뽕 투약 사실이 확인된 B(53) 씨 등 허위 임차인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또 허위 임차·임대인과 허위 서류 작성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재직증명서 발급 업체 대표 등 모두 9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명 수배된 두 명을 포함한 브로커 일당 6명은 모두 세 개 대출 알선 조직에서 모집책, 자금책, 위조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25억 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명의를 빌려주고 가짜 서류를 발급해준 임차·임대인과 재직증명서 발급업체 대표, 공인중개사 등이 여기에 가담하고 대출금을 나눠 챙겼다.



브로커들은 마약사범 여러 명에게도 전세자금 대출을 알선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했다. 허위 임차인인 마약 전과 2범 B씨는 A씨 알선으로 2013년 4월 대출금 4천5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체포됐는데, 올 9월에도 히로뽕을 투약한 것이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2013년 6월 대출금 2천100만 원을 챙긴 임차인 D(50) 씨는 마약류 전과 10범으로, 모발 검사 결과 최근까지도 히로뽕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출금의 90%를 보증한다. 은행은 전세 계약이나 재직 여부 등을 형식적으로 심사하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브로커들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경남에 존재하는 영세한 중소기업에 100만 원씩 주고 허위 재직증명서를 발급받는 수법도 썼다.

이와 같은 제도의 허점 때문에 한 허위 임대인은 자신 명의의 집 한 채를 이용해 2014년 6월에는 옛 지번주소로, 8월에는 새주소로 계약서를 작성해 각각 대출금 6천300만 원, 4천900만 원을 받아 챙긴 일이 가능했다. 또 다른 허위 임차인은 2013년 12월 대출사기에 가담해 6천만 원을 가로챈 뒤 동네 주민 7명을 브로커에게 소개해 이들이 모조리 입건되기도 했다.

부산지검 강력부 강태권 부장검사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신 갚아준 돈은 결국 국민 혈세로 볼 수 있다"며 "사기 대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https://youtu.be/GOP57lZxE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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