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자] 부자 많은 우리나라, 기부엔 왜 인색할까?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CEO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페이스북 지분의 99%(약 450억 달러)를 기부하기로 지난 1일 결정했다. 첫딸 맥스가 세상에 태어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을 통해 기부의 이유를 딸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로 공개하기도 했는데, 그 편지에서 저커버그 부부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라면서 현재 우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모든 부모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저커버그 부부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잠재력 향상'과 '평등'에 초점을 둘 것이며, 이를 위한 여러 시도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위 1% 전체 소득 16% 차지
소수에 부 집중되면 나눔 꺼려
이처럼 성공한 사업가나 경영인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저커버그가 처음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고 할 수 있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2010년 시작한 '재산 절반 기부 서약'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서명한 사람이 현재까지 약 140명에 달하고, 그 금액만 5천 억 달러(약 584조 원)에 달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부자들의 기부 문화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으며, 기부뿐만 아니라 검소한 삶을 사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교양과 지식을 갖추는 것이 부자의 덕목이라는 문화가 정착해가고 있기 때문이며,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부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기빙 플레지는 자산 10억 달러(약 1조 1천600억 원) 이상의 억만장자들 중심으로 서명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도 1조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40명이 넘지만, 서명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꼭 여기에 가입해야만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 기부 문화가 활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기부를 위한 기본적인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기부를 당연하게 여기고,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책임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단체(CAF)가 조사한 기부지수 1위는 가난한 나라 미얀마이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는 더 많이 기부할수록 후생에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문화를 기반으로 기부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45개국 중 64위이며, 이는 작년에 비해 4단계 떨어진 순위이다.
또한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캐나다 토론토대학 로트만 경영대학원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빈부격차가 심할수록 이타주의적 성향은 줄어든다고 한다. 부가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되면 그들은 자신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기게 되며, 이를 사회에 환원하거나 나누는 것에 인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6%이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19개국 평균인 9.7%보다 훨씬 높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 역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자. 마크 저커버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은 강하고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내가 누리는 모든 것 중 오롯이 나의 힘으로만 이룬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기부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더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우리 모두의 소망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윤영
공익법인 정세청세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