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타협" 내년 갈등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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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예산 조정안 시의회 통과 내용·파장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부산지역 중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4일 부산시의회 교육위의 예산안 승인에 이어 오는 15일 본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단 당장의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부산시교육청과 시의회가 무상급식을 둘러싼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한 불완전한 타협에 불과해 내년에도 첨예한 예산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중1~3 급식비 할인 형태로
교육청 요구 112억 원 편성
중1 무상급식 취지 무색
보수·진보 모두 거센 반발


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청이 요구한 112억 원은 전액 예산에 편성하는 대신, 교육청의 중학교 1학년 의무급식 안 과는 달리 이 돈을 중학교 1~3학년 전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조정안을 냈다. 외형상 시교육청의 요구는 들어주면서도 의무급식은 피하는 자구책이었다.

시의회의 조정안을 거부하던 교육청도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결국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시의회는 명분을, 시교육청은 실리를 얻었다고 각각 자평했다.

시의회는 진보 교육감이 지향하는 무상급식을 급식비 경감으로 희석시킨 점에 대해 큰 점수를 줬다.

교육청도 "조정안이 당초 계획과 다르긴 하지만 명분보다는 학생, 학부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중학교 의무급식 시행의 물꼬를 텄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그러나 양 기관의 자평과는 달리 이번 타협에 대해 보수와 진보 단체 모두 강하게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진보단체 회원들은 교육예산 의결이 이뤄진 시의회 회의장에서 "의무급식을 하랬더니 급식비 할인이 말이 되느냐. 시의원들은 물론 김석준 부산시교육감도 사퇴하라"고 비난했다.

보수 성향의 부산교총도 성명서를 내고 "중학교 무상급식 땜질식 처방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비판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이같은 갈등은 내년 예산안 심의 때 재연될 전망이다.

교육청은 중학교 무상급식 완성 3년을 목표로 내년도엔 예산을 증액해 편성할 계획이지만, 시의회가 지원금을 늘려 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번 예산 심의에서 드러났듯이 자칫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매년 극심한 보혁 갈등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한편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4일 예산안 심사에서 시교육청이 편성한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비 112억 원을 1, 2, 3학년 중학생 전체 급식비 지원에 투입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저소득층 25%에 대한 급식비 지원은 현행대로 하되, 다른 모든 학생에게도 월 2만 원의 급식비를 지원한다. 현재 월 6만 원 안팎인 중학생 급식비는 4만 원으로 낮아진다.

교육위는 또 보육대란을 피하기 위해 유치원 지원예산을 삭감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2.7개월 어치 예산을 마련했다. 부산지역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총 977억 원이 필요하지만 우선 3개월가량 어린이집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유치원 삭감 예산과 나머지 어린이집 누리예산은 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보충하기로 했다.

김수진·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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