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K-리그 비리, 이렇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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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은 심판, 혼자 넘어져도 PK(페널티 킥) 선언

소문으로만 떠돌던 프로축구단의 심판 매수 비리 실태가 검찰 수사 결과 낱낱이 드러났다. 1983년 국내 프로축구 시작 이래 초유의 사태다. 경남FC로부터 경기당 최대 1천만 원을 받고 유리한 판정을 청탁받은 심판은 당시 주심 12명 중 4명이나 됐다.

숙소·고속도 톨게이트 등서 
경기당 최고 1천만 원 받아 
심판 배정 문자로 전달 
과도한 태클 보고도 못 본 척
 비리 가담 심판 4명 기소

■심판 매수 어떻게 이루어졌나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성문)는 3일 경남FC 관련 비리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 심판 매수 비리로 최 모(39) 씨 등 K-리그 클래식(1부) 전·현직 심판 두 명이 구속, 두 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2013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경기에 유리한 판정을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경남FC 코치로부터 한 번에 200만~1천만 원씩 4~5차례에 걸쳐 한 사람당 각각 900만~2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요한 경기 전날 또는 다음날 구단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심판 숙소 부근이나 경기장 인근 커피숍,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에서 만나돈봉투를 건네받는 수법을 썼다. 심판 배정은 경기 90분 전까지 비밀인데, 개인 문자로 배정 명단이 오갔다. 한 번에 받은 최고 금액은 2013년 11월 2부 리그 강등 여부가 걸려 있던 경남FC와 대전 시티즌 간 경기의 1천만 원이었다.

기소된 네 명은 국내 최고의 엘리트 심판인 당시 1부 리그 주심(12명) 중 4분의 1이다. 두 명은 2015년 현직이다. 이들이 금품을 받은 경기는 모두 19경기. 검찰이 축구 전문가와 함께 해당 경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대다수 경기에서 경남FC에 편파적인 것으로 의심되는 판정이 나왔다.

2013년 10월 26일 제주유나이티드FC와의 경기에서는 경남 선수가 상대팀 선수와 상관없이 저 혼자 넘어졌는데도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같은 달 강원 FC 대항 경기에서는 주심이 경남 FC 선수의 과도한 태클을 눈앞에서 보고도 그냥 넘어갔다. 또 같은 달에 전남드래곤즈와 붙어서 4 대 2로 이겼는데, 네 골 중 세 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었고, 상대팀 선수에 구두 경고로 압박을 줬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시민구단 자금 유용의 말로는

경남FC는 심판 매수를 하고도 2013년에는 리그 11위로 간신히 2부 강등을 면했고, 2014년 결국 강등됐다. 외국인 선수의 미미한 활약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는데, 그 배경에는 이번 수사의 또 다른 축인 용병 몸값 부풀리기가 있다.

부산지검은 경남FC 전 대표이사 안종복(59) 씨가 에이전트 박 모(44) 씨와 짜고 2013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외국인 선수 4명의 계약금 등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6억 4천만 원을 횡령했고, 안 씨는 2013년 가지급금 등 명목으로 4억 2천만 원을 임의로 더 썼다는 혐의(업무상횡령)로 두 사람을 모두 구속 기소했다.

부산지검 차맹기 2차장검사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의 자금을 쌈짓돈 쓰듯 유용하고 심판을 매수한 관계자들을 엄단하고, 프로축구의 경기력을 저하시키고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든 관행적인 비리를 규명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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