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을 때 환원" 저커버그 재산 96% 기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31)의 재산 환원 소식으로 해외 거부들의 '통 큰 기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커버그와 소아과 전문의 프리실라 챈(30) 부부는 1일(현지 시간) 딸 맥스(Max)를 낳았다고 발표하며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재단을 설립해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52조 2천억 원 달할 듯
자수성가 해외부호들
빌 게이츠 등 기부 릴레이
'상속 부자' 한국과 대조
'살아 있을 때' 기부하기로 한 것이라 기부 시점의 액수는 알 수 없으나 이는 현 시가로 따졌을 때 450억 달러(약 52조2천720억 원)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블룸버그가 1일 현재 468억 달러(약 54조3천628억 원)로 추정한 저커버그의 개인 전 재산의 약 96.15%에 달한다.
저커버그는 1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우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A4지 6장 분량의 글을 게재했다.
형식은 딸의 출생을 축하하는 편지지만 내용은 사회를 향해 기부의 의미를 설파하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저커버그는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딸이 현재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며 "우리 사회는 지금 펼쳐진 세상이 아닌 후세대가 살아갈 세상이 더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 투자할 의무가 있다"며 기부의 의의를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저커버그처럼 자수성가로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대신 사회에 돌려주기로 약속하는 부자가 늘어나는 추세다.'재산환원 동참 운동'도 활발하게 벌어지면서 모범 사례가 이어지는 '기부의 선순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부부는 재산 가운데 대부분을 부부가 이끄는 자선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세 자녀에게는 각각 1천만 달러(약 116억 원)씩만 상속하기로 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버핏은 2006년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과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3개 재단에 436억 달러(약 50조4천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올해 7월 전 재산인 320억 달러(약 37조 원)를 내놓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2007년에는 윌마트의 창업자 샘 윌튼의 아내 헬렌 윌튼이 164억 달러(약 19조 원)로 추정되는 재산을 가족 재단에 사후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게이츠, 버핏 등 거액 기부를 약속한 부자들의 공통점은 자수성가로 재산을 모았다는 데 있다.
해외 부자들과는 달리 한국 갑부들은 재산 환원보다 자녀 상속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재벌닷컴의 조사 결과 보유 자산이 1조원 이상인 '슈퍼 갑부'는 모두 35명으로 이 가운데 상위 10명은 모두 재벌가 출신의 '상속형' 부자였다.
막대한 유산을 자녀들에게 남기지 않는 해외 사례와는 달리 한국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모의 재산을 놓고 '피도 눈물도 없는' 형제간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