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는 거래소 개편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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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지주회사 개편, 차라리 중단하라."

부산 본사인 한국거래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 지주회사 체제 개편 법률 개정 작업이 야당과 수도권 의원의 반발, 부산 정치권의 미온적 대처로 부산 시민들의 뜻이 무시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안 논의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주사 본사 부산 설치 조항
野 반대에 명문화 무산 위기
"부산시민 무시" 반발 확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위원장 김용태)는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심의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야 의견 조율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당초 마련한 개정안 초안이 상당 부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주회사 본사를 부산에 두는 당초 개정안에 대해 야당과 수도권 여당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부산지역에서는 이 법안을 폐기하자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이자 소위 위원인 김기식(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 의원은 여야 법률안 심사 중인 1일 국회에서 지주회사 본사를 부산에 두도록 명문화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상장(기업공개) 등을 통해 민간기업이 되는데 본사를 특정 지역(부산)에 두는 규정을 만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주회사 부산 소재 조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의견이 소위 최종 심의에 반영되면 부산이 꿈꿔온 '금융중심지 정책'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또한 현재 '한국거래소 지주는 영리 목적의 다른 사업을 하지 못한다'라는 문구 삽입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이 현실화되면 지주회사 본사가 부산에 오더라도 '국제사업, 신사업 개발, IT정보사업, 청산, 경영관리' 등 100~2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주요 업무가 없는 '깡통 지주회사'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법률 개정 작업 자체를 무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편, 김정훈(새누리당· 부산 남갑) 의원은 "이미 많은 양보를 한 부산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려고 부산지역 국회의원들과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본사로 전환한 뒤,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시장·코스콤·청산법인 자회사 등으로 분리하는 것을 담고 있다. 지주회사 본사를 부산에 둔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한편, 소위는 24일 첫 심의를 연 데 이어 당초 30일과 1일 심의를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여야 대립으로 열리지도 못했다. 여야는 이르면 2일께 소위를 재개해 이 법률안 등 다른 현안 사항을 심의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현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천영철·이정희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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