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PK, 與 전략공천 침묵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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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스타일 아는데…비판 땐 '반개혁' 낙인

여권핵심에서 PK지역 전략공천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현역 의원들은 침묵의 딜레마속에 빠져있다. 사진은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부산 국회의원들. 부산일보DB

지난 주말 부산지역 모 출마 예정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만 믿고 오랫동안 지역구 표밭을 누벼온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다.

평소 차분한 성격인 그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그는 "우리 쪽에 여권 핵심부에서 모 인사를 내려 꽂는다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

여권인사 내정설에 초긴장
부·울·경 정치권 뒤숭숭
불만 있어도 "말 못 해"
'우선추천제' 딜레마 빠져

"당신도 친박 핵심 아니냐"고 되묻자 "아주 강한 사람이 내려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말한 지역에는 모 인사의 '내천설'이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이 '전략공천설'로 뒤숭숭하다. 여권 핵심실세 A씨와 또 다른 실세 B씨 주도로 내년 PK 총선의 공천구도를 짜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박계 핵심인 C씨는 "현재의 구도대로 공천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심판론'과 '국회 직무유기론'을 거론한 상황이어서 친박 핵심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궁금증은 여기서 생긴다. 부산·경남(PK) 정치권에 흐르고 있는 침묵 카르텔은 왜일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고 못박고 있는데도 PK 정치권은 이렇다할 말이 없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박민식 의원이 30일 "전략공천은 과거 밀실공천과 다를게 없다"고 비판한 게 고작이다.

침묵의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소유한 인물이다. 한번 한다면 하는 스타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8대 총선 때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한마디로 PK 친박계를 대거 무소속으로 당선시킬만큼 지역 정치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번에는 그 반대다. 여권 핵심 관계자의 '불만'은 박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솔직히 말해 PK 친박계가 누구 때문에 배지 달았나"며 "그런데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국회는 내팽개치고 맨날 지역구에서 내년 총선 득표활동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오픈프라이머리로 후보를 뽑으면 그의 불안은 '대답없는 메아리'로 그치고 만다.

그런데 새누리당 당헌에 '전략공천'에 버금가는 제도가 있다. '우선추천지역'이 바로 그것이다. 현역 의원이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될 경우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다. 그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PK지역 국회의원에 대해선 '만족' 보다 '불만'이 현저히 높다. 교체지수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경쟁력 약한' 현역 의원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PK 정치권의 침묵은 이래서 딜레마다. 당헌당규에 전략공천이 사실상 보장돼 있는 상황에서 '우선추천제'에 반대한다고 나섰다가는 '반개혁세력'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 하지만 침묵을 지키다 자신의 지역구가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되는 순간, 말 한 마디 못하고 정치생명은 바로 끝날 수도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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