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대학 대리투표, 일그러진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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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정치판 닮아 가는 대학 학생회 선거

학생들의 대표를 뽑는 대학 학생회 선거가 취업난으로 바쁜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파행을 겪고 있다. 후보 비방과 법정 다툼, 대리투표 등 곳곳에서 기성 정치판을 방불케 하거나 그보다 못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대 수 차례 대리투표
선관위원장 은폐 시도 파장
상대 후보 비방 혼탁·과열
세칙 임의 개정 법정 다툼도

■선거 원칙 훼손한 대리투표


지난달 24~26일 경영대학 학생회 선거에서 선거 관리원이 '대리투표'를 한 사실이 드러난 부산대(본보 30일 자 10면 보도)에서 추가 대리투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기간 인문대학 학생회 선거에서도 대리투표가 두 차례 이뤄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부산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이 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장 A 씨가 대리투표 사실을 보고 받은 뒤에도 "당사자들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은폐한 정황도 확인됐다.

A 씨는 29일 밤 중앙선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대학 중앙선관위는 대리투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8개 단과대에서 치러진 선거 전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대 역시 지난달 1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대리투표 사실이 확인돼 선거를 무효로 하고 1일까지 이틀간 재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선거 혼탁·과열 양상

동아대는 최근 한 단과대 학생회 집행부가 총학생회 선거 입후보자 B 씨를 공개 비판하면서 '합동 사퇴'를 선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사퇴서에서 '학생회 주요 간부였던 B 씨가 올해 초 개인적인 일로 사퇴했다가 번복했고, 이후에도 불성실하게 활동했다'며 공개적으로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경성대 역시 최근 한 단과대 학생회 선거 후보로 나온 C 씨에 대한 비방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서울여대는 현 총학생회장인 중앙선관위원장이 입후보를 앞둔 특정 선본 후보자에게 불리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학교에는 3개 선거운동본부가 출마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선관위 편파성 논란이 일자 중앙선관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해임됐다.

■무관심 또는 법정 다툼

한국외대의 경우 지난달 18일까지였던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에 출마한 선본이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됐다. 현재 단과대 학생회장 등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가 임시로 학생회 운영을 맡고 있다.

부산외대는 최근 총학생회가 선거시행세칙을 임의 개정한 데 반발한 학생들이 법정으로 향했다.

부산외대 일부 학생들은 "총학생회 측이 특정인의 후보 등록을 막기 위해 절차를 어기고 무리하게 선거시행세칙을 바꿨다"며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달 6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 학교의 선거 일정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부산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자치 활동으로 꾸려지는 학생회 선거가 어른들 정치판보다 더 추한 모습을 보여 씁쓸할 따름"이라고 아쉬워했다.

민소영·조소희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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