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영화로 발가벗긴 미국 이면의 폭력·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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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풀러 감독 작품 '미국의 암흑가'. 영화의전당 제공

장 뤽 고다르를 비롯한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은 미국인,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과 마틴 스콜세지나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이 시대 미국 대표 감독들의 존경을 받는 감독. 누구일까?

니콜라스 레이와 함께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가장 중요한 감독이자 작가로 꼽히는 그는 바로 새뮤얼 풀러다.

누벨바그가 환호한
美 감독 새뮤얼 풀러
4~16일 특별전
영화의전당 13편 엄선


그의 별칭은 'B급 영화의 거장'이다. 광기의 에너지를 폭력적인 영상으로 표출하며, 대담하고 독창적인 실험도 멈추지 않았다.

그가 그린 폭력은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 대국으로 부상한 미국 사회의 가려진 모습을 상징한다. 신문 사회면에서나 발견할 법한 소재들을 끄집어내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압도적인 액션 장면을 만들어냈다. 흑과 백, 광기와 정상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의도도 발견된다.

열두 살 때부터 신문사에서 사환으로 일하다 열일곱에 범죄전문기자가 된 이후 펄프 소설과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그는 저널리스트 기질을 바탕으로 전쟁, 폭력, 사회적 편견 등을 주된 소재로 삼았다. 광기 넘치는 시각적 스타일로 어떤 틀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그가 1970년대 아메리칸 뉴 시네마와 수많은 작가들의 찬사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영화의전당은 오는 4일부터 16일까지 풀러 감독의 작품 13편을 엄선해 상영하는 '새뮤얼 풀러 특별전'을 시네마테크에서 연다.
영화 '네이키드 키스'. 영화의전당 제공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정한 전쟁영화 '철모'(1951), 거대 기업의 횡포를 통해 미국 사회의 허상을 비판하는 '파크 로우'(1952), 정교한 폭력과 힘찬 카메라워크가 조화를 이룬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1953), 여성판 서부극 '40정의 총'(1957), 필름누아르 풍으로 미국의 뒷골목을 담아낸 '미국의 암흑가'(1961), 광기 넘치는 미국 사회를 정신병동으로 은유한 '충격의 복도'(1963), 인간의 폭력성을 탁월하게 묘사한 도입부로 유명한 '네이키드 키스'(1964), 흑백논리에 빠진 개를 통해 인종차별주의를 고발하는 '마견'(1982) 등이 상영된다.

특히 오는 5일 '네이키드 키스' 상영 이후에는 김성욱 영화 평론가가 풀러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특별 강연도 진행한다. 관람료는 일반 6천 원, 유료회원과 청소년·어르신 우대는 4천 원(매주 월요일 쉼)이다. 051-780-6080.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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