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권력 기웃마라" 당부에 은둔했던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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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다섯 자녀가 26일 국회에서 엄수된 김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장녀 혜영, 차녀 혜경, 삼녀 혜숙, 차남 현철, 장남 은철 씨. 사진공동취재단

26일 오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던 국회의사당 앞마당.

국무총리와 5부 요인, 전직 대통령, 여야 당 대표 등 내노라 하는 내빈들 사이로 낯선 사람들이 YS 부인 손명순 여사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YS의 장녀 혜영(63), 차녀 혜경(61), 장남 은철(59), 차남 현철(56), 삼녀 혜숙(54)씨다. 차남 현철 씨를 제외하고 외부에 알려진 사람은 거의 없다.

영결식장서 5남매 모습 화제
김 전 대통령 '가족 관리' 철저
현철 씨 빼고 외부에 노출 없어
정권 탄압 피해 미국서 살기도


다섯 자녀는 2011년 YS와 손 여사의 결혼 60주년 회혼식 이후 4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애석하게도 주인공을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는 자리였다.

YS는 '가족관리'가 철저했다. 그가 13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강조한 것도 "권력 주변에 기웃거리지 마라"는 것이었다.

YS는 1982년 장남 은철 씨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상도동 자택에 감금돼 있던 YS에게 "결혼식에는 가도 된다"고 했지만, 그는 "국민들은 내가 자유로운 몸이라고 잘못 알게 될 것 아니냐"고 거부했다. 이후 은철 씨는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하다가 지금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대 빈소에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임종은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현철 씨와는 달리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장남 은철 씨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듯 은철 씨는 영결식 중 네티즌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세 자매는 정권의 탄압을 피해 장기간 미국생활을 했다. 차녀 혜경 씨는 현재도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 YS는 영부인과 딸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그는 자기가 가장 잘한 일이 65년 반려자 손 여사를 만난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손 여사는 YS가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상도동 자택을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따뜻하게 대접했다. 최동열 전 비서관은 "손 여사는 YS가 화를 참지 못해 누군가를 혼내주면 뒤에서 다독거려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다른 영부인과는 달리 외부 활동을 극히 자제했다.

딸들에게는 더욱 자상해 퇴임 후에도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데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기도 했다.

YS는 현철 씨가 1996년 15대 총선에 출마하려고 하자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절대 출마 못한다"고 말렸다. 대통령 취임 전인 14대 총선까지만 해도 현철 씨 출마를 적극 권유했던 YS가 앞장서 막은 것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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