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에 바다 건넌 멧돼지 11마리 몰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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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신호동 한 아파트단지에 처음 목격된 뒤 1㎞ 바다를 헤엄쳐 인근 매립지로 갔다가 결국 사살된 멧돼지 11마리. 부산강서경찰서 제공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배고픈' 멧돼지떼가 출현해 소동이 벌어졌다. 무려 11마리가 나타나 경찰이 사냥꾼까지 동원해 포획작전을 벌인 끝에 모두 사살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는 "새끼까지 몰살시켜야 했냐"며 안타까워 한다.

경찰·사냥꾼 합동 작전
새끼 7마리 포함 모두 사살
"생존경쟁 밀린 무리" 추정
3㎞ 헤엄쳐 강서구서 최후


26일 오후 6시 50분께 부산 강서구 신호동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 도로에서 산책하던 주민이 멧돼지 떼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강서경찰서 공단지구대 소속 경찰관 10여 명은 신고를 받은 직후 총기를 휴대한 채 출동했다.

오후 7시 10분께 현장으로 경찰이 출동한 사이 멧돼지 떼는 바다 1㎞를 헤엄쳐 인근 매립지로 건너갔다. 경찰은 포획망을 좁힌 뒤 오후 8시께 강서구 유해조수구제단에 지원을 요청했다. 멧돼지 등 야생동물 사냥 경험이 많은 사냥꾼 2명, 사냥개 5마리가 투입돼 합동으로 매립지를 수색했다.

어미 멧돼지 한 마리를 오후 8시 10분께 사살한 것을 비롯해 오후 11시 40분까지 어미 4마리, 새끼 7마리를 사살했다. 경찰은 죽은 멧돼지를 유해조수구제단에 넘겼다.

경찰은 "매립지가 주거지역이 아니라 인명 피해는 없었다"며 "가덕도에 살던 멧돼지가 배고픔을 못 이겨 인근 진우도로 갔다가 2㎞ 남짓 바다를 헤엄쳐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야생동물보호단체는 아파트 단지에 출현한 야생 멧돼지를 모두 사살한 것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굶주림에 육지로 온 새끼 멧돼지 7마리를 죽이지 않는 방법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최인봉 야생동물보호협회장은 "공격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새끼 7마리까지 사살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일부 자치구에서는 새끼들이 나타나면 포획 후 사육해 경매에 부쳐 수익금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에 따르면 멧돼지가 바다를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가덕도에는 100여 마리의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다. 11월은 멧돼지 번식기여서 생존 경쟁에 밀린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온 것으로 경찰과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멧돼지를 다 포획했는지 주민들의 확인 전화가 지구대로 수십 통이 왔다"며 "혹시나 사람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11마리 다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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