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민주화 동지 추도사에 유족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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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손명순 여사와 아들 현철씨 등 유가족들이 헌화 및 분향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박희만 기자 phman@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치러진 26일 오후 국회 위 하늘에서는 눈발이 흩날렸다.

최연소, 최다선 국회의원 기록을 남긴 의회주의자 YS의 마지막 '국회 등원'을 기리는 '서설(瑞雪·상서로운 눈)'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7천여 명 참석
첫 문민대통령 YS의 영면 기원
유족 요청 따라 '검소한 장례식'

■빈소 출발 전에도 추모행렬


김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전부터 고인을 배웅하려는 추모객 발길이 이어졌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지만 김 전 대통령의 운구가 떠나기 전까지 1천700여명이 조문객이 빈소를 찾았다.

오전 10시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목사 집전으로 진행된 발인예배에는 유족 외에도 측근과 정관계 인사 100여명이 자리했다. 김 전 대통령의 커다란 영정사진이 걸린 운구차량은 빈소를 떠나 국회의사당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추모의 열기는 더욱 높아졌다.

애초 1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마련한 영결식장은 영하권 날씨 탓으로 좌석 곳곳이 비어 7천명 가량 참석한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영결식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던 부인 손명순 여사가 애통한 표정으로 좌석 맨 앞줄에, 그 오른편으로는 장남 은철·차남 현철씨를 비롯한 유족이 앉았다. 손 여사 왼편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5부 요인이 착석했다. 전직 대통령 중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참석했다.

■끝내 오열한 유족과 동지들

국민의례와 YS의 약력 소개로 시작된 영결식에서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총리는 조사를 통해 "온 국민과 더불어 거산(巨山·YS의 호) 김영삼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고 추도했다.

이어 YS의 민주화 운동 동지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추도사를 하자 영결식장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추도사 내내 눈물을 꾹 참던 김 전 의장은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건네는 대목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차남 현철씨를 비롯한 유족들도 고개를 떨구고 오열했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듯한 손 여사는 휠체어에 앉은 채 고개를 비스듬히 떨어뜨리고 있었다.

몸이 불편해 그동안 빈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장남 은철씨도 주위의 부축을 받고 영정 앞에 헌화했다.

■고인이 돼서도 가까이

1시간20분에 걸친 영결식은 YS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눈물 속에 식장을 빠져나가면서 끝났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은 상도동 사저와 김영삼 기념도서관에 들렀고, 골목길 양 옆으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나와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렸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이었다. 안장식이 거행된 곳은 장군 제3묘역 우측 능선으로, 헌화 및 분향 하관 예배 허토 순으로 진행됐다.

국립서울현충원과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는 차로 10여 분 거리다. "손(명순)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서슴없이 밝혔던 김 전 대통령은 고인이 돼서도 손 여사와 가까운 곳에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게 해 달라"는 유족 측의 요청에 따라 정부 측 초청 인사를 5천명으로 제한됐다. 200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때보다 4천명이 줄어든 것이다. 또 유족의 뜻에 따라 별도의 노제와 추모제도 열리지 않았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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