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복합리조트 알고 보니 '빈 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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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등 전국의 사업자 대거 이탈 조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 알았던 복합리조트가 '먹을 것 없는 잔칫상'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정부의 복합리조트 사업자 공모 마감을 앞두고, 부산 북항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던 롯데 외에도 전국의 사업자들이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북항 포함 사업 후보지 9곳 
롯데 등 사업자 잇단 이탈 조짐
정부·부산시 안일한 대처 '비난'

이 때문에 복합리조트 추가 허용(2곳 안팎)을 추진했던 정부는 물론이고,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 온 부산시와 롯데가 제대로 된 시장 상황 파악 없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부산시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2차 RFP(투자계획서 제출 요청) 공모 참여 자격요건인 미화 5천만 달러를 납입한 업체는 인천의 '임페리얼퍼시픽'과 '모히건 선·KCC' 단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9곳의 후보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지난 23일 부산항만공사의 북항 복합리조트 사업자 공모 마감 때 롯데가 사업 불참 의사를 밝힌 뒤 경남에서는 "경쟁 후보지인 부산을 제쳤다"며 좋아하고 있지만, 경남 창원이나 전남 여수의 사업자 역시 정부의 공모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븐럭'을 운영 중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도 최근 중국 정부의 카지노 규제와 경영 상황 등을 이유로 영종도 카지노리조트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인 방문객 급감으로 인한 찬바람 탓에 GKL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5%나 줄었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나 부산시, 사업자들이 세계 카지노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못 읽은 것 같다"며 "1조 원 규모의 리조트로는 싱가포르나 마카오의 기존 시설과 경쟁 자체가 안 돼 관광산업 발전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복합리조트로 전 세계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인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는 6조 원, 마카오 갤럭시에는 4조 원이 투입됐다. 두 나라 정부는 카지노를 허가해 주는 대신 대규모 컨벤션 시설과 쇼핑몰, 호텔을 갖춘 화려한 랜드마크를 지어 자국 관광산업의 부흥을 이끌어 내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반해 롯데와 손잡고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해 왔던 부산시나 우리 정부는 복합리조트 사업 비전이나 전략 마련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다. 결국 북항의 랜드마크 부지 앵커시설에 대한 궤도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내년에 중소기업 시내면세점 1곳이 추가로 허용될 것으로 보고 있어 북항에 면세점, 쇼핑몰, 해양레저 시설을 갖춘 랜드마크를 롯데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매번 쇼핑시설로 부산에서 매출만 올리는 롯데와 부산시가 제대로 된 앵커시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항에는 세계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새로운 형태의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윤·이자영·백남경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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