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서면 롯데百의 골목 상권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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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의 경쟁에서 밀려 유사 업종은 사라지고 음식점만 남은 주변 상가.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최대 도심인 서면에 자리 잡은 '유통 공룡' 롯데백화점이 부산본점에 대해 대규모 증축 공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변 골목 상권 위축이 불을 보듯 뻔해 서면 전체 상권을 장악하기 위한 '싹쓸이식' 영업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후문 부지에 대규모 증축 공사
9층 규모 판매시설 등 건립
지난 8월 허가 받고 기초공사
인근 영세 상인들 강력 반발
"삶의 터전 송두리째 뽑힐 것"


㈜롯데쇼핑은 부산진구 부전동 가야대로 772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후문 부지에 지상 9층 판매시설과 6층 주차장을 추가 건립하고 있다.

증축이 완료되면 부산본점의 건물 전체 면적은 기존 33만 5천793㎡에서 4만 4천771㎡이 늘어난 38만 425㎡로, 주차면은 기존 1천883대에서 370대 늘어난 2천254대로 증가한다. 후문에 또 다른 백화점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증축 계획안을 관할 구청인 부산진구청에 접수시킨 후 부산시 건축심의를 거쳐 8월 18일 건축 허가를 받았다. 롯데쇼핑은 9월 6일 착공 신고를 하고 현재 지반 다지기 공사를 하고 있다.

주변 영세상인들은 부산본점 신축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이후 또다시 대규모 증축으로 마지막 남은 삶의 터전마저 뿌리 뽑힐 것을 우려한다.

부산본점과 인접한 서면시장 등 주변 상권은 백화점이 들어서기 전에는 부산 최대 상업지역이었다. 당시 상인 대다수가 하루 100만 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고 일부 가게에서는 고객들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자주 연출됐다고 한다.

그러나 1995년 부산본점 신축 직후 서면시장에는 손님 발길이 줄어들고 폐업 가게가 속출, 전체 점포 중 30% 정도가 빈 점포로 전락하기도 했다.인근에 위치한 서면종합시장도 전체 점포의 30% 정도가 비어 있다. 부산본점 신축으로 의류, 신발 등 당시 서면 상권의 주력 품목들이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특히 유동인구가 백화점 주변으로 집중되면서 서면 골목 상권의 고유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면시장이나 서면종합시장에는 사주카페, 이불, 식당, 옷수선, 과일 등 부산본점에 없는 품목을 취급하는 가게들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면시장 주변 상권도 예전에는 의류, 액세서리, 신발 등 패션 중심 거리였으나 요즘에는 돼지국밥, 칼국수, 치킨 등 일반 음식점과 술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면종합시장번영회 우정도 부회장은 "부산본점으로 인해 서면 상권 생태계가 자본력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증축까지 이뤄지면 결국 롯데가 서면 상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증축 시설에는 문화, 지역 브랜드를 위한 판매 등 공공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이 많이 들어선다"며 "증축은 노후화한 서면 도심 재생의 신호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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