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글혼' 사랑 잃은 '꼰대' 마음의 빗장 '스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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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글혼. 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열쇠 수리공 맹글혼(알 파치노)은 시쳇말로 전형적인 '꼰대'다. 거친 말투에 고집불통, 그리고 남의 말은 귓등으로 듣는다. 주위에 친한 사람이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사연은 있다. 맹글혼은 오래 전 사랑하던 여인 클라라를 잃은 후 깊은 슬픔에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클라라와 함께했던,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만을 기억한 채 살아간다. 매일 쓰는 편지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올 뿐이다. 맹글혼은 이렇게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주 찾는 단골 은행의 직원 던(홀리 헌터)이 건네는 따뜻한 손길에 맹글혼도 마음의 빗장을 풀기 시작한다. 소홀했던 아들과 어린 손녀에게도. 하지만 사랑하는 법에 익숙하지 못한 맹글혼은 모든 관계를 엉망으로 만든다.

고집불통 열쇠수리공의 심경 변화
알 파치노 내면연기로 그려내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의 영화 '맹글혼'은 고집불통으로 꽉 막힌 주인공이 주변에 손을 내미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잡아낸다. 서툴고 거칠지만, 그도 사무치는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한 인간일 뿐이다. 특히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자체를 몰랐던 맹글혼의 내면을 독특한 영상으로 들춰낸다. 전체적으로 거칠고 투박한 화면은 마치 주인공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하다.

주변에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맹글혼의 모습은 새롭지 않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어수선하다. 하지만 알 파치노의 사실적인 연기는 평범한 사람의 소소한 일상이 건네는 작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또 따뜻하고 밝은 던의 공간은 맹글혼과 대비되면서 거친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소녀 같은 홀리 헌터의 모습도 사랑스럽다.

알 파치노는 2012년 광고 작업을 위해 만난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에 대한 믿음 하나로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26일 개봉. BS투데이 황성운 기자 bs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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