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크기 '바위굴' 양식 7년 만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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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바위굴 양식에 성공한 박명재 씨가 출하를 앞둔 바위굴을 건져내고 있다. 김민진 기자

양식이 안 되고 자연산도 부족했던 '토종 바위굴'을 누구나 손쉽게 맛볼 길이 열렸다. 굴 양식 외길을 걸어온 경남 거제 어민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다.

지난 21일 오전 10시께 거제시 거제면 법동마을 선착장. 작은 어선을 타고 15분 정도 바다로 향하자 하얀 부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달 첫 출하… 주문 쇄도
거제 박명재 씨 집념의 결과


어장주 박명재(63) 씨가 밧줄로 묶은 묵직한 쇠갈고리를 부이 사이로 던진다. 어선 앞부분에 달린 작은 크레인이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밧줄을 끌어올린다.

한 눈에도 묵직한 덩어리들이 뒤따른다. 단단한 돌덩이 같아 보이는 게 바로 바위굴이다. 일반 굴과는 모양새가 다르다. 한 덩어리가 웬만한 수박 1통이다. 알맹이가 박 씨의 손바닥을 가린다. 박 씨는 "너무 커서 도저히 한 입엔 못 먹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 씨가 바위굴에 꽂힌 건 7년 전. 당시나 지금이나 굴 양식 업계의 대세는 '참굴'이다. 육성 기간이 짧아 인기가 좋다.

반면 다른 무언가를 찾던 박 씨 눈에는 바위굴이 반짝였다. 바위굴은 수심 10m 이하의 바닷속 바위틈에서 자라는 대형 종이다. 일명 '슈퍼 굴'. 머구리(잠수기) 장비 정도는 갖춰야 채취할 수 있다. 귀한 만큼 대접도 상당하다.

한데 씨를 받을 어미 굴(모패)을 구하기 힘들고 양식 기술이 전무했다. 박 씨는 일단 부딪혀 보자는 심정으로 채묘(굴 유생을 가리비 껍데기에 붙이는 일)에 나섰다.

굴 양식 본산인 통영의 한 배양장에서 인공 채묘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후 2년간 자리를 옮겨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가 2009년 거제시 동부면 가배리 해안 배양장에서 채묘에 성공했다. 당시 거제 해금강 인근 깊은 바다에서 채취한 어미 바위굴을 모패로 사용했다.

이후 중간 양성을 거쳐 지금의 해역에서 본격적인 양식에 나섰다. 소식을 접한 경상남도 수산기술사업소도 지원에 나섰다. 2013년과 2014년, 한 해 예산 4천만 원을 들여 박 씨의 시험 어장에서 바위굴의 성장도와 비만도 등을 조사한 분석 자료를 박 씨에 건넸다.

이후 5년여,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양식 기반을 다졌다. 드디어 올해 첫 결실이 영글었다. 거제 산달섬 인근 양식장 3곳에서 3년 이상 바다 향을 머금은 바위굴이 빼곡히 들어찼다.

지난달 첫 출하에 나섰다.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매일 작업이 여의치 않아 일주일에 2~3회씩 주문처로 보내는데 매주 1t 이상 출하된다.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은 각굴 상태로 10㎏에 5만 원을 받는다. 일반 참굴은 40㎏에 6만 원 정도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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