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빼돌려 자기 집 고친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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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A공립어린이집에 근무했던 보육교사 B 씨. 그는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어린이집의 C 원장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시설비 4천만 원 지원 받아
집 리모델링하고 살림 구입
교재비 구입 허위 서류 의혹도


B 씨는 최근 "C 원장은 다양한 수법으로 아이들과 보육교사를 위해 써야 할 보조금을 눈먼 돈처럼 횡령했으며, 수년간 많은 국고보조금이 C 원장의 개인 호주머니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B 씨는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어 일을 그만뒀지만, C 원장의 비리와 전횡에 불만을 갖고 일을 그만둔 보육교사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고 말했다.

B 씨가 털어놓은 C 원장의 보조금 횡령 수법은 다양했다. 공립어린이집은 인건비와 교구교재비 등의 운영비를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B 씨는 C 원장이 보조금으로 매년 수백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교구와 교재를 구입하겠다고 책정해놓은 교구교재비 중 일부만 구입하고도 모두 구입한 것처럼 서류 등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재교구를 구입하지 않은 돈은 아기용 침대와 가구 등 자신의 가족을 위한 물품 구입 등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C 원장이 보육교사에게 지급해야 할 초과보육수당과 초과근무수당도 서류를 조작해 해당 보육교사에게 일부만 주거나 나중에 되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C 원장이 정부로부터 받은 어린이집 시설보강비 중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A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하는 구청에 따르면 A어린이집은 2013~14년 2년간 시설보강비로 4천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이 중 일부를 자신의 집 가재도구 구입과 리모델링에 썼다는 것이다.

B 씨는 "한 보육교사가 담당할 수 있는 영유아 인원이 정해져 있는데, C 원장은 이를 초과할 경우 추가로 주는 초과보육수당을 해당 교사에게 돌려달라고 해 돌려받기도 했고, 출근부를 조작해 초과 근무한 수당도 적게 지급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시설보강비의 경우 특정 공사업체와 짜고 어린이집에는 일부만 공사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집에 공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어린이집에 근무했던 또 다른 보육교사 D 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구청 담당자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D 씨는 "구청 담당 직원이 C 원장과 긴밀하게 지내며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다"며 "수시로 C 원장으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았고, 구청의 감사 등 관리감독 정보를 흘려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C 원장이 20년 가까이 공립어린이집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 동안 아이들과 보육교사를 위해 써야할 돈을 빼돌려왔을 것이라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해당 구청은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A어린이집 담당 직원을 타 부서로 인사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정명화 부의장은 "공립어린이집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아 운영되지만, 구청의 관리감독 소홀 속에 원장이 각종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릴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며 "지원 보조금이 많아 재원이 풍부한 공립어린이집으로 장기간 위탁받는 곳의 경우 유사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공립어린이집에 대한 경찰 수사는 물론이고 감독기관의 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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