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뮤지컬 제작한 가수 유열 "아이들이 집밥처럼 예술을 즐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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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소문이 빨라서 확 번지죠."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세 살 된 아들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가수 유열(54) 씨는 지난 10년간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가 제작한 어린이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는 오는 14일과 15일 양일간 부산에서 마지막 공연을 연다.

10년간 전국 공연 '브레멘 음악대'
오는 14, 15일 부산서 마지막 공연
아이들 행복해 하는 모습에 짜릿
어린이 전용극장 만들려 동분서주


'브레멘음악대'는 나귀, 개, 고양이, 암탉 등 아이들과 친숙한 네 마리 동물이 꿈을 찾아 브레멘으로 향하는 모험담을 그린 것이다. 그는 30명이 넘는 스태프들을 이끌고 매년 8~9차례씩 전국을 다녔다. 같은 공연을 두 번 세 번 보는 아이들을 위해 매해 조금씩 요소요소를 바꿔나갔다.

유 씨는 "처음엔 어린이뮤지컬에서 시작해 어른까지 모두 만족하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데,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어린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나선 어린이뮤지컬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님 손을 붙잡고 환하게 나서는 아이들을 볼 때 가장 짜릿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5월 어린이문화재단을 만든 다음 공공성 있는 어린이극과 어린이 전용극장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 씨는 "유럽과 미국엔 마을마다 어린이전용극장이 있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어린이 문화 환경이 척박하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이 집밥처럼 건강한 예술을 언제 어디서나 즐겨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한국 어린이뮤지컬 시장이 뽀로로, 뿡뿡이, 번개맨 같은 캐릭터뮤지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이어 그는 "어린이뮤지컬만큼은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깊이 있는 공연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폴카(Polka) 극장은 정부가 건립하고 부모가 매달 후원해 운영된다. 이 극장의 슬로건은 '시어터 비긴즈(Theater begins)'. 폴카 극장은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자라서 꾸준히 연극을 좋아하고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음을 가지고 운영한다.

지난 2일엔 부산진구청에서 '엄마, 나 어떤 공연 먹을까?'를 주제로 부산진구의 젊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과 경기도, 광주와 부산에서 지금까지 6번의 토크쇼가 열렸다. 현장에 있던 구청장도 뜨거운 열기에 놀라 "우리 구가 나서서 어린이전용극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전했다.

그는 "행복은 속도가 빨라 한번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빨리 번진다"면서 "엄마의 목소리를 모아 우리 아이들을 좋은 공연에 노출하고 건강한 감수성을 기르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브레멘 음악대=14~15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 부산MBC 삼주아트홀. 1566-3651.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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