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이 노래 이 명반] 19. '015B(공일오비)'의 1집과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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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로 신세대 감수성 노래한 '신세대 대변자'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당대의 트렌드를 창출한 그룹 015B(공일오비). 페이퍼레코드 제공

'015B(공일오비)'는 신해철을 주축으로 한 1988년 MBC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그룹 '무한궤도'의 멤버였던 정석원, 조형곤이 '무한궤도'의 해산 이후, 정석원의 형 장호일(본명 정기원)과 함께 1990년에 결성한 그룹이다. '015B'(공일오비)라는 그룹의 뜻도 역시 '무한궤도'의 또 다른 표현법으로, '무=0, 한=1, 궤도=5B(Orbit)'이다. 이후 조형곤이 미국 유학 후 탈퇴하고 정석원의 군대문제로 인해 1996년 6집'The Sixth Sense - farewell to the world'를 낼 때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축을 차지하며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무한궤도 해산 후 정석원 등 3명 결성
1집 객원 윤종신 '텅 빈 거리에서'대히트
2집엔 당시 유행 신종 음악 대부분 수록
상업적 비판 불구 한 시대 트렌드 창출

특히 015B는 뛰어난 음악적인 센스로 신세대 트렌드를 대변함과 동시에 당시 철저한 스튜디오와 라이브 세션이라는 국내 대중음악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슬로우 랩, 하우스, 뉴 잭 스윙 등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장르의 음악을 계속하여 새롭게 시도한 영민한 팀이었다. 또한 소녀 취향의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를 앞세운 발라드,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듯한 서정적인 현악 연주곡 혹은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필두로 메탈 사운드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보인 그룹이었다.

1992년 발매한 3집 'The Third Wave'는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며 015B를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겸비한 실력파 뮤지션의 자리에 오르게 한다. 또한 최초로 '객원 가수 시스템'을 도입해 가수의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판단하여 각 곡의 특성마다 어울리는 다른 가수들을 기용하는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았다.

■ 1집 윤종신 '텅 빈 거리에서' 공전의 히트

3인조 015B는 1990년 데뷔앨범을 발표했다. 신해철, 윤종신 등이 객원 보컬로 참여했고, 윤종신의 '텅 빈 거리에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곡은 장호일이 카투사 시절, 젊은 미군이 공중전화 박스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앨범을 기획할 때쯤 정석원에게 졸라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이란 가사는 물가상승에 따라 '동전 세 개뿐', '동전 네 개뿐'으로 변모되어 불리어지곤 했다. 정석원은 이 노래를 015B의 데뷔곡이자 윤종신의 출세곡이며, 가장 순수했던 시절에 만들었던 곡이라고 회상했다.

키보드 주자 정석원, 기타리스트 장호일 형제와 베이시스트 조형곤의 3인조로 결성된 이들은 자신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리드 보컬을 기본적으로 객원 가수에 맡겼다.

"가수의 목소리도 악기의 하나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에 비롯됐다. 우리가 만드는 음악의 종류에 따라 가수를 세션맨처럼 동원하자는 것이었다." 정석원의 설명이다. 자유로운 음악을 구현하자는 의도에서 마련한 객원 가수 시스템은 안정적 체제로 정착되었다. 신해철을 비롯 이젠 모두 솔로 데뷔를 한 윤종신, 이장우, 김태우, 김돈규 등이 015B 객원 가수 출신이다. 

015B의1집(왼쪽)과 2집 앨범 표지.
■ 90년대 시대적 감수성을 대변한 2집

신세대 감각에 맞는 세련된 음악과 가사로 놀라운 상업적 성공을 거둔 015B는 다소 가벼운 듯 보이기도 했지만, 이들의 음악은 그러나 90년대라는 동시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음악이었다. 이들은 팝, 발라드는 물론 힙합, 하우스 등 당시 유행하던 신종 음악 장르들을 재빠르게 도입해 당시 신세대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2집 수록곡 중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같은 곡은 슬로우 랩, 3집 수록곡 중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같은 곡은 하우스 뮤직을 표방한 곡이다. 이는 미국, 영국 같은 팝 종주국의 음악과 거의 동시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2집 수록곡 중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당시 미국 팝계를 휩쓸던 래퍼 MC 해머의 'Have you seen her'를 베꼈다는 표절시비를 낳기도 했다. 1집에 있던 '이층의 작은 방'에서 전주를 따온 '이젠 안녕'은 이 앨범이 015B의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수록한 노래라고 한다. '이젠 안녕'은 당시 유행처럼 생기기 시작했던 노래방에서 마무리 합창곡으로 애용됐다.

원래 14곡을 녹음했으나, 앨범 전체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객원멤버인 황재혁의 노래 두 곡과 '사랑은 그대 곁에', 연주곡 '동부 이촌동 새벽 1:40'을 빼고 발매했다. 발매 당시 LP, Tape엔 없던 트랙 2곡 '사랑은 그대 곁에', 연주곡 '동부 이촌동 새벽 1:40'을 후에 팬 서비스 차원으로 CD엔 수록했다. 
'무한궤도'를 탈퇴한 후 형 장호일과 함께 015B(공일오비)를 만든 정석원.

페이퍼레코드 제공
■ '20세기 소년들', 아이돌 가수 객원 보컬 참여

이제는 추억할 수밖에 없는 1990년대의 015B는 매체의 펀치력을 외면하고도 신기하게 당대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는 1, 2집에서 쌓아 둔 실력을 토대로 하여 3집에서 꽃을 피운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집 역시 결과적으로 4집의 100만장 도달을 향하는 성공의 발판이 되었음은 틀림없다. 3집부터 세 장 연속 100만장 넘게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다. 하지만 1996년 돌연 활동을 접었다.

장호일은 "처음부터 프로가수를 생각한 게 아니라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10년을 공백기를 보내다 2006년 재결성했다. 2006년 10년만의 컴백 공연 후 7집 'Lucky 7'을 의욕적으로 발매했다. 2011년 6월 발매된 '20th Century Boy'에선 포미닛과 비스트의 용준형 등 아이돌 가수를 객원 보컬로 참여시키는 파격도 보여줬다.

'올드 앤 뉴(Old & New)의 경이로운 조화가 돋보이는 새 미니앨범'이란 메인 카피와 20세기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21세기의 트렌디한 요소를 더하여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어내고 있다라는 팬들의 호평을 들었지만 성과가 예전 같을 순 없었다. 015B란 이름은 명실공히 90년대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남았다.

그 시절 청춘은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텅 빈 거리에서)를 읊조렸고, 식어버린 사랑에게'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아주 오래된 연인들)했으며, 끝나버린 사랑 앞에서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야'(이젠 안녕)라며 슬픔을 삼키곤 했다. 015B, 이들의 연애담적 소재나 상업적 감성은 비판의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이들이 신세대의 대변자로서 분명 한 시대의 트렌드를 창출해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신세대의 소멸과 함께 015B의 시대도 막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015B는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통합을 꿈꾸며, 015B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무장된 예술가의 길을 걸으려 노력하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성철 페이퍼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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