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정상회담] 시진핑-마잉주 '하나의 중국'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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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마주 잡고 양안의 정치적 통일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지난 7일 오후 3시(현지 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적 발전 방안과 현안을 1시간가량 논의했다.

국기 없이 호칭은 "선생" 통일
1분여간 손 맞잡고 감개무량

양안 핫라인 설치 합의
대만 외교적 고립 등도 논의

샹그릴라 호텔의 회담장에는 중국의 오성홍기도, 대만의 청천백일기도 걸려 있지 않았다. 서로가 불편할 수 있는 체제나 이념의 차이는 일단 덮어놓고 첫 만남에 의미를 두려는 서로의 배려였다.

다소 긴장한 듯 보이는 두 정상은 사진기자들의 채근에 이들은 1분10초 이상 악수한 손을 놓지 않은 채 맞잡은 두 손을 흔들며 감개무량해했다.

시 주석은 붉은 넥타이, 마 총통은 파란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는 10년 전 양측이 첫 국공(국민당과 공산당) 수뇌회담을 할 때와 같은 색깔이었다.

두 정상은 서로 '시 선생', '마 선생'이라고 부르며 총통, 주석이라는 호칭을 비켜갔다.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주장을 둘러싼 양안 관계의 엄혹한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대등한 지위에서 대화를 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지난 10년간 양안 간에는 국민당과 공산당 영수 자격으로 7차례의 접촉이 있었을 뿐 국가원수 간의 만남은 없었다.

두 정상은 먼저 모두 발언을 통해 '한 핏줄'이라는 말을 써가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1992년 합의한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골자로 한 '92공식'(九二共識)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마 총통이 먼저 양안의 평화 발전을 위해서는 '92공식'을 굳건히 견지하는 것을 대전제로 △적대 상태의 완화와 분쟁의 평화적 처리 △양안 교류의 확대 △양안 핫라인 설치 △공동 중화문화 진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마 총통의 발언을 들은 뒤 공동의 정치적 기초인 '92공식' 원칙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면서 대만 독립 세력을 양안 평화의 최대 위협 세력이라고 지목한 뒤 "대만 독립세력은 양안의 평화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의 목적 중 하나가 대만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대만 민진당을 견제하는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시 주석은 마 총통이 제안한 양안 핫라인 설치와 관련, "양측이 신속히 소통하고 오판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안 사무 담당기구가 앞장서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즉석에서 동의했다.

대만의 외교적 고립 문제도 논의 안건으로 올랐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국제문제에 관한 대만동포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며 "대만동포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참여하고 적당한 방식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양안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데에도 큰 틀에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편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주석은 이번 양안 회담과 관련, "매우 유감"이라며 "정치적 프레임을 이용해 미래 대만 인민의 선택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김은영 기자·일부 연합뉴스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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