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대순교자성지 전수홍 신부 "박해보다 유혹을 이기는 게 현대적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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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와 시민들이 순교자들의 영성을 느끼고 신심을 느낄 수 있는 성지가 되게끔 가꾸어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전수홍 신부.

지난 10월 묵주기도 성월(특별한 달을 정해 예수와 성모께 봉헌하고 신심을 키우는 달)을 맞아 금정구 부곡3동 오륜대순교자성지에는 묵주기도를 하러 오는 신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 순례자의 발걸음은 더 길어져 이달까지 하루 평균 400명이 찾고 있다. 주말에는 대구 등 전국에서 버스로 600~700명이 방문한다.

오륜대순교자성지는 6만 4천187㎡ 규모 부지에 부산에서 순교한 8명의 순교자 묘소와 한국 순교 성인 103위 중 26위의 유해를 안치한 순교자 성당이 있다. 1868년 부산교구의 이정식 요한과 가족들, 이정식의 대자였던 양재현 마르티노 등은 극형을 받고 수영장대에서 순교했다. 그후 동래구 명장동에 묻힌 유해를 1977년 오륜대로 이장했다.

주차시설·쉼터 조성 등 새 단장
순례자 하루 평균 400명 방문
성전 재개발·사제관 건립 계획
교회사 강좌 열어 신자 교육도


오륜대순교자성지를 담당하고 있는 전수홍 신부를 지난 5일 만났다.

"순교자들의 영성을 느끼고, 위안을 얻으려는 가톨릭 신자와 시민들이 최근 급격히 늘었습니다. 신심을 느낄 수 있는 성지가 되도록 계속해서 새롭게 가꾸어 나갈 것입니다."

전 신부는 성지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보존해 힐링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성지가 도시 근교에 있어 많은 신자가 매일 찾아와 오전 11시 미사에 참여하고 고해성사와 묘소 참배, 십자가의 길을 만들어 순례자들이 기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곳은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정착해 50년을 관리해 오다 부산교구로 관리권이 이관됐다. 2013년 10월 전 신부가 교구 사제로 성지에 부임해 지금까지 맡아오고 있다.

오륜대순교자성지 내 순교자 묘소.
전 신부는 "지난해에는 통행에 불편하거나 위험한 곳을 먼저 정비했다"며 "재정비 사업은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사인 만큼 올해 안에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임하기 전 3년 동안 미사가 없었기 때문에 성지 곳곳 나무와 숲도 방치돼 있었다. 전 신부는 조경, 쉼터 조성, 성지 입구 단장과 주차시설 확장 등을 했다. 하지만 성전 재건축과 피정센터·사제관 건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성지개발은 하느님 사업이라, 주님께서 알아서 해결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큰 걱정 없습니다."

그는 성지 입구에는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복자로 시복된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의 흉상을 세웠다.

또 순례객이 늘자 성지 뒤편에는 차량 40여 대가 주차할 공간을 만들고 묵주 기도의 길과 산책로 곳곳에 쉼터를 만들었다.

전 신부는 교회사 강좌도 열었다. 지난 3월 부산교회사연구소와 함께 토요 교회사 강좌를 마련해 매주 토요일 성지 강당에서 한국 교회사와 그리스도교 2000년 역사를 신자들과 공부하고 있다.

그는 "옛날에는 박해를 이겨내고 목숨을 내놓는 것이 순교였다면 요즘은 신앙생활을 가로막는 유혹을 뿌리치고 주님께 나아가는 것이 순교"라고 강조했다. 051-515-0030.

글·사진=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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