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끼워팔기 꼼수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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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자력발전소 해체연구센터를 유치하는 지역에 핵폐기물 저장시설도 함께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본보 5일 자 2면 보도)으로 알려지자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술과 산업, 안전 등의 측면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시설을 억지로 여론 수렴도 없이 묶어 배치하겠다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대한 따가운 지적이다.

지난 4일 새누리당 부산시당과 부산시의 당정협의에서 배덕광(해운대기장갑) 의원에 의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런 내부 입장이 공개되자 원전해체센터 유치에 전력을 기울여 온 부산에선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원전해체센터·방폐장 묶는
정부 '패키지 딜'안 논란 확산

부산시 "확정 땐 유치 재검토"
시민사회단체선 "용납 못 해"


산업부는 5일 오후 뒤늦게 해명자료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과 원전 해체센터를 패키지로 묶는 방안은 발표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산업부 내부의 입장은 부처 협의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어서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선 울산시와 공동으로 원전해체센터 유치전을 벌여온 부산시는 '패키지 딜'안이 아직 산업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부의 안으로 확정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산업부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한 뒤 시의 대응 전략을 세우려고 한다"며 "부산시가 해체센터 유치에 전력을 기울여 왔지만 시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지도 모르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까지 받아야 한다면 이것이 과연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처음부터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울산시와 해체센터 공동설립 TFT(태스크포스팀)를 운영한 부산시는 일단 예정대로 다음 달 해체센터 공동 설립 협의회를 발족할 계획이지만 '패키지 건설안'이 공식화할 조짐을 보인다면 부산시의 해체센터 유치 전략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부산뿐 아니라 해체센터 유치를 신청한 나머지 7개 지자체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함께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을 경우 유치 신청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원전 해체센터 건립이 지연되면서 국내 독자 기술 확보가 훨씬 더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원전 고리1호기 폐쇄를 이끌어 낸 시민사회도 산업부의 입장에 싸늘한 반응이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약 20개월 동안 별도의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권고안을 낼 정도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 해체센터에 끼워 넣기 식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사용후핵연료는 1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로 천재지변에 민감해 오랫동안 면밀한 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해체센터 건립지역에 함께 배치하겠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도 5일 성명을 내 산업부에패키지 건설안 철회를 요구하고, 부산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과 향후 대응책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사용후핵연료 기본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해체센터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묶으려는 시도를 저지하는 노력이 필요해졌다.

배덕광 의원은 "고리1호기 폐로 과정에서 부산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았던 것처럼 지역 시민단체뿐 아니라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 모두가 결코 '패키지 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한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진·김종우 기자 is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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