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10년 '알바'했는데 고용주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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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부산지부와 노동당 부산시당이 3일 오후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알바노동자의 죽음에 침묵하는 롯데백화점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백화점에서 10년 넘게 입점업체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해 온 40대 여성이 최근 백화점에서 돌연사했지만 근로자로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유통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두운 이면이 조명되고 있다.

입점업체 40대 여성 판매사원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다 사망
사업주 불분명 산재 보상 '막막 '


백화점과 입점업체는 어느 쪽도 숨진 직원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산재보상과 관련해서도 사업주가 나서고 있지 않아 대형유통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할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알바노조 부산지부와 노동당 부산시당,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3일 오전 11시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숨진 직원은 10년 넘게 롯데백화점에서 일했지만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한 적이 없다"며 "원청업체인 롯데가 입점업체 근로자의 노동조건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모(40) 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내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10여 년간 롯데백화점 내 여러 입점업체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해 왔다. 입점업체들은 기획전 등 행사를 할 때마다 경험이 풍부한 박 씨를 단기 고용했다. 박 씨는 하루 8시간 일하고 6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박 씨는 근로계약서를 한 번도 작성한 적이 없었다. 계약기간, 임금, 노동시간 등을 문서로 명시한 근로계약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체불 등 분쟁이 생길 경우 근로자의 권리보호에 중요한 문서다. 근로기준법은 일용직일 경우에도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미작성 시 사용주에게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동안 백화점과 입점업체는 어느 쪽도 박 씨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근로자의 권리보호를 외면했다.

유족들은 박 씨가 10여 년간 일한 일터에서 숨졌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급성심장사도 업무 시간과 강도 등에 대한 심사를 통해 과로사가 인정될 경우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족이 산재 신청을 해야 하지만, 근로계약서가 없어 월급통장 내역 등을 일일이 확인해 근로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더욱 답답한 건 산재 신청을 위해서는 사용주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한데, 백화점과 입점업체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바노조 김진만 부산지부장은 "백화점은 입점업체와 수평적인 계약관계로 보기 힘든 사실상 원청업체의 성격을 갖고 있어 롯데가 입점업체의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산재보상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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