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훼손 133곳 '신음하는 금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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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지역 환경단체가 금정산 내 불법 행위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0여 곳에서 위법 사항이 확인돼, 환경 파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는 8~9월 한 달간 금정구 금성·청룡·구서·장전동 등지 금정산 일대를 조사해, 모두 133곳에서 불법 건축물과 산림 훼손 등 위법 사항을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보존회, 금정구 일대 실태 조사
독버섯처럼 느는 불법 건축물
일부 식당은 계곡에서 영업
폐기물·하천 매립 등 무법천지
생계형 불법 더하면 300곳 넘어

조사 결과  무허가 가건물 등 불법 건축물이 9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염소 사육장 등 가축시설이 21곳, 족구·배드민턴장 등 운동시설이 7곳이었다.

산불 발생 우려가 있는 쓰레기 소각시설을 설치하거나, 폐기물·하천 불법 매립이 의심되는 현장도 7곳이나 됐다.

불법 건축물 중 절반 가까이가 식당(40곳)으로 조사됐다. 부산대 뒤편 A 식당을 비롯해 산성로와 범어사로를 따라 식당 수십 곳이 무허가 가건물에서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식당은 계곡 위에 평상 등 임시 시설을 놓고 손님을 받고 있어, 계곡 물이 불어날 경우 재해 위험이 높은 상황이었다.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농막으로 위장한 뒤 쉼터나 창고 등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도 30여 곳에 이르렀다. 무속인 시설 등 종교 관련 불법 시설물도 7곳이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야외에 촛불을 켜는 기도 시설을 별도로 둬 화재 위험도 높았다.

이번 조사는 금정산보존회 회원들이 등산로를 따라 구석구석 현장을 돌아다니며 위법 사항을 사진 촬영하고 지도 위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십 년 전에 발생한 불법 행위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제외했다. 금정구를 제외한 동래·북구, 경남 양산시 등 타 지자체 관할 금정산은 이번 조사 대상지에서 빠져 실제 금정산의 전체 훼손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주도한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국장은 "마을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생계형 무허가 가건물이나 무단 경작지까지 모두 포함하면 불법 현장이 300~400곳을 훌쩍 넘는다"며 "대부분의 불법 행위는 발각되더라도 즉각 구청 신고가 불가능한 토·일요일에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정산보존회는 최근 해당 조사 결과를 금정구청에 전달했다. 구청 측은 관련 부서 합동으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행정대집행까지 검토할 계획이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사전에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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