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금리 대출이 청년 '신용절벽' 내몬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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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200만 원 일수대출 했더니 어느새 600만 원"

최근 대학가 원룸촌, SNS 등에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동 대학가에 뿌려진 대부업 전단들. 이승훈 기자

"신용불량 되신 분도 대출해 드립니다." "유흥업소 종사자 환영!" "신분은 절대 보장, 30분 내 즉시 대출 가능합니다."

대부업 전성시대다. 무담보, 무보증이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원하는 돈을 빌려준단다. '무조건' 대출이다. TV 케이블 채널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 배너, 최근 들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까지 진출하며 극심한 대출경쟁을 벌이고 있다.

케이블 채널·SNS·인터넷 배너 등
청년 애용 매체에 대부업 광고 도배
"무담보·무보증 무조건 대출 OK"
대학가 원룸촌도 전단 수두룩
신용대출 받은 20대 30% 이상
대부업체·저축은행 이용
고금리 빚 갚으려 또 빚 '악순환'


특히 이들은 40~50대 창업주, 직장인뿐만 아니라 20대 청년까지 주 타깃으로 삼는다. 각 대학가와 대학교 앞 원룸촌엔 대부업 전단지가 수두룩하다. SNS엔 10만~2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는 현역 군인을 위한 전용 대출도 소개되고 있다. 금융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청년들이 고스란히 30% 이상의 고금리 대출에 노출되는 상황. 불어나는 돈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절벽'으로 내몰리는 20대 청년 증가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청년들 노리는 대부업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학교 앞 원룸촌. 거리를 내달리는 검은 헬멧의 오토바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오토바이는 달리면서도 쉴새 없이 날카로운 명함 크기의 작은 대출전단을 날린다.

경성대학교 4학년 김 모(25) 씨는 "지나가다 보면 한 번씩 몸에 맞게 돼 자세히 보면 대출광고다"면서 "맞을 때마다 매우 불쾌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단에는 '○○엄마 대출', '△△할배 일수' 등 대부업 종류만 10개 이상이다. 대출금액에 따라 하루 상환금액이 얼마인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한 대부업체는 100만 원 대출 시 200일 동안 하루 상환금액이 5천500원이다. 200일 동안 총 110만 원을 상환해 해당기간 대출이자는 10%. 다소 낮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300만 원으로 대출금이 올라가면 하루 상환금액이 1만 6천500원이다. 200일 동안 330만 원을 갚는다. 30%의 이자율이다. 500만 원으로 금액을 높일 경우 대출이자는 50%에 달한다.

심지어 전단에는 '원 플러스 원'도 등장한다. 500만 원을 대출한 후 계속 월 이자만 메워가면 추가대출도 해준다는 내용이다.

글귀들도 눈에 띈다. '은행대출은 안 될 것 같다는 사람', '신분비밀보장', '방 보증금 대납대출' 등이 적혀 있다. 특히 한 곳은 '직장인 사절'이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어 원룸촌에 거주하는 20대 청년을 주 고객으로 삼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20대 청년들은 TV 광고, 페이스북,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출광고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친근한 모습의 이미지 광고가 각인돼 청년들이 고금리 대출에 대한 위험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신분 관계없이 무작정 대출

저축은행과 대부업들은 갚을 능력만 있다면 아르바이트생이든 계약직이든 관계없이 대출에 나선다. 실제로 TV 광고에 나오는 유명 A저축은행에 확인한 결과 대학원생과 대학 졸업 후 연 소득 1천200만 원 이상이면 100만 원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4대 보험 여부 상관없이 3개월 이상 급여가 찍혀 있는 통장을 제출하면 된단다.

부산의 한 철강회사에 다니고 있는 장 모(31) 씨는 지난해 대부업에서 빌린 돈 600만 원가량을 다 갚았다. 부산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장 씨는 3년 전 월세 등 필요한 생활비 200만 원을 대부업을 통해 빌렸다.

"당시 계약직으로 100만 원도 못 벌었어요. 학자금 대출 갚고 생활비까지 쓰려니 막막하더군요. 제대로 취업할 때까지만 빌려 쓰자는 생각에 하루하루 갚는 일수대출을 이용했는데, 이게 중독처럼 번져가더라고요. 갚고 빌리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600만 원까지 늘었어요. 돈 갚으려고 유흥업소까지 드나들었다니까요."

금융감독원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중 30% 이상이 대부업체(14.6%)와 저축은행(16.2%)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신용대란 우려

사실상 청년들은 소위 말하는 '금·은·동수저(부유한 가정 출신을 뜻하는 신조어)'가 아닌 이상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선 아르바이트로 학자금을 벌어야 한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취업 후 돈을 갚을 수 있는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생활비가 문제다. 학자금에 이어 매달 30만 원 이상의 월세에다 교재비, 학원비 등 생활비가 상당하다. 물론 이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제도가 있지만, 대부분 청년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좀 더 쉽고 빠른 자금 마련에 나서는 실정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20대 청년들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이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지난해 20대 청년들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총 6천671명. 2013년 6천98명에 비해 9.4% 늘었다. 올해도 1분기 1천841명에서 2분기 1천996명, 3분기 1천957명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는 최근 5년간 상담 건수가 5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청년들의 신용상태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용회복위원회 부산지부 손용찬 수석은 "청년들이 고금리 대출을 갚기 위해 또 대출에 나서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면서 "청년 햇살론 등 청년을 위한 저금리 지원제도가 있는 만큼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꼭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을 받길 권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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