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천만 원 임대료에 광복로가 죽어간다
1층 380곳 중 11곳 비어… '땡처리'도 입점
부산 중구 광복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빈 매장이 늘어나는 2단계의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광복로가 조만간 상권이 쇠퇴하는 3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진단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지칭한다
29일 광복로 상인회 격인 광복로 문화포럼에 따르면 광복로에 있는 1층 매장 380여 곳 가운데 11곳이 비어 있다. 이 중 2곳에 저가의 할인 제품을 특별한 인테리어 없이 판매하는 소위 '땡처리' 매장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다음달 초엔 땡처리 매장 1곳도 철수할 예정이다.
임대료 압박에 1층 빈점포 11곳
월세 적은 땡처리 업체마저 철수
원주민 쫓겨난 후 상권 쇠퇴 우려
올해 1월에도 10여 곳의 매장이 비어 있었다. 하지만 '땡처리' 매장이 6~7곳에 돌아가면서 들어와 실제 비어있는 매장은 5곳 이하를 유지했다.
그 동안 임대료가 폭등한 광복로에 '땡처리' 매장이 유지됐던 이유는 광복로 1층 임대료가 평균 4천만 원인데 비해 '땡처리' 매장은 1천500만 원 정도로 임대료가 낮았기 때문. 이는 매장을 비워두기 싫은 건물주가 임대인이 새로 생기면 언제든지 쫓을 수 있는 '땡처리' 매장에 낮은 임대료를 받고 상점을 빌려준 결과다. 박리다매를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는 '땡처리' 매장 상인들의 욕구와도 맞아떨어졌다. 또 특별한 인테리어비, 권리금 등 추가 비용도 없는 장점도 있었다.
특별한 추가 비용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땡처리' 매장마저도 광복로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에 대해 상인들은 판매 수익으로는 대폭 낮춰진 임대료마저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월 땡처리 매장을 한 달가량 운영한 한 상인은 "'땡처리' 매장은 재고상품을 현금화하는데 의미가 있을 뿐이다"며 "도대체 무엇을 팔아서 현실적으로 월 2천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맞출 수 있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복로가 높은 임대료 때문에 도심 재생을 이끈 주역이 쫓겨나가는 1단계를 넘어, 빈 매장이 늘어나는 2단계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곧 3단계인 상권 쇠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한승욱 연구위원은 "'땡처리' 매장마저 철수하는 것은 재생주체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1단계를 지나 빈 점포가 늘어나는 2단계가 거의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며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힘들게 되살아난 광복로 상권이 다시 쇠퇴하는 3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쇠퇴를 막기 위해 현실적으론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는 방법 뿐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단계에서는 상권 쇠퇴기를 지나고 4단계에 접어들면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위원은 "광복로의 상권 쇠퇴를 막을 방법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춰 빈 매장을 줄이고 손님들이 되찾도록 만드는 방법 뿐이다"며 "쇠퇴기를 거치지 않더라도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양보, 협조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지자체가 건물주, 상인, 지역주민, 소비자가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이해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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