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소통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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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재생'에 주목하며 스스로를 낮춘 게스트하우스 두 곳이 있다. 감천문화마을 '게스트하우스 방가방가'(윤준환 건축 사진작가 제공)와 부산 동구 초량동 게스트하우스 '다섯 그루 나무'가 그러하다.

경쟁적으로 여기저기서 시행하는 마을 재생 사업의 폐단은, 결과의 감동을 마을 속 사람들이 느끼는 게 아니라, 외부 사람들이 느끼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이벤트'를 마음에 깔고 벌이는 이 같은 마을재생 사업들은 주민들의 실제적인 행복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하늘과 땅, 시간과 공간, 자아와 타자 사이의 관계적 의미를 모색하는 '관계적 재생'에 소홀했다는 뜻이다.

'관계적 재생'에 주목하면서 스스로를 낮추고 주변과 소통하려는 게스트하우스 두 곳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정영한 아키텍츠'의 부산 동구 초량동 게스트하우스 '다섯 그루 나무'와 에이도스 건축사사무소 강민주 대표의 감천문화마을 '게스트하우스 방가방가'가 그러하다.

부산 동구 '다섯 그루 나무'

'정영한 아키텍츠' 설계
달동네 초량동의 특질 담아
산지 비탈에 다섯 채 마련

부산 사하구 '방가방가'

'에이도스' 강민주 건축가 설계
감천마을의 파스텔톤 살려
숙박시설·마을 관리소 배치


대지 40평에 세워진 초량의 '다섯 그루 나무'는 다섯 채의 집을 은유한다. 그중 한 그루는 건축주가 살게 될 1인 가구의 작은 집으로, 나머지 네 그루는 여행자들을 위한 집으로 계획되었다.정영한 건축가는 대규모 개발이라는 천적으로부터 장소의 특질, 역사,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특이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위장·동화'의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정 건축가는 "돋보이게 하지 않고 주변에 어떻게 스며들지,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익숙한 경험들의 재현을 담는데 주력했다"라고 말한다.
 
'다섯그루 나무'는 2015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건축 베스트 7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 사하구청 의뢰로 강민주 건축가가 설계한 감천문화마을 '게스트하우스 방가방가'는 서로 다른 4개의 빈집을 숙박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자들의 쉼터, 그리고 마을 관리사무소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부산 동구 초량동 게스트하우스 '다섯 그루 나무'.
감천문화마을의 전반적인 파스텔톤 색상을 사용해 마을이 지닌 역사적 모습과 현재 모습들, 부지 상황에 요구되는 공간의 연계성을 주목했다.

강 건축가는 "시간의 기억들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라며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기보다는 장소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그곳에 순응하기를 원했다"라고 밝혔다.

'게스트하우스 방가방가'는 있는 듯 없는 듯 마을과 동화돼 이곳에서 나온 수익이 마을 주민들의 공익에 재사용하는 바람직한 마을재생을 보는 듯하다.

'다섯 그루 나무'와 '게스트하우스 방가방가'는 작은 건축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지니고서도 실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장소'에 대한 상호작용을 천착했다는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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