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절벽' 내몰린 청년 증가] 20대 신용 불량, 더 이상 개인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대 청년들이 신용 절벽에 처한 원인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개인 신용상태 및 채무조정 전문가들은 "청년실업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학자금과 생활비를 대출하면서까지 대학 공부를 마쳤지만 취업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것. 결국 생활비를 추가로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또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의 퇴직과 맞물려 가정 소득도 단절돼 청년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실업에 비정규직 전전, 고금리 대출도
베이비부머 부모 퇴직 맞물려 부담 가중

대한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 관계자는 "최근 20, 30대 청년들의 개인회생 신청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거나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학자금 대출 채무조정을 받은 약정자들의 평균 월 소득은 83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20대인 학자금 대출 채무조정 전체 대상자(5만 8천여 명) 중 63%가 월 소득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채무조정 기간에 비정규직 계약이 해지되면서 소득이 다시 단절돼 지원 대상에서 중도 탈락한 경우도 13%에 이른다. 캠코 관계자는 "특히 부산은 학자금 대출 채무조정 신청비율 전국 평균보다 낮다"면서 "이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채무조정을 받더라도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아 신청 자체를 꺼리거나 못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부산지역 20대 청년들의 채무 금액은 500만~2천만 원에 이른다. 특히 이들은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에 이어 30% 안팎의 고금리 저축은행 대출까지 이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필요할 때 손쉽게 대출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금리 대출은 금융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헤어 나오지 못하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신용회복위원회 부산지부 상담창구에서 만난 K(29) 씨는 "자취 생활비 등으로 받았던 대출금도 바닥을 드러내 추가 대출이 필요하다"면서 "정규직 취업은 고사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스포츠 토토라도 해야 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신용회복위원회 윤여욱 부산지부장은 "한창 공부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빚 독촉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불가피하게 대출이 필요하면 꼭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미리 찾아 상담을 받길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김영종 교수는 "예전에는 청년들의 신용 불량을 개인 탓으로 돌렸지만, 지금은 일자리 등 사회적 환경이 큰 원인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청년의 신용 상태를 지켜줄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