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경색, 양 지역 언론이 먼저 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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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후쿠오카 저널리스트 포럼 2015'가 23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시티캠퍼스에서 한일 양국 언론 종사자와 포럼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애증의 이웃'인 한·일 양국민들은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서로를 들여다 본다. 양국 언론의 보도 내용은 실시간으로 번역돼 상대방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 측면에서 두 나라의 언론인들이 상대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이것이 보도에 반영되는지는 한일 관계 형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부산-후쿠오카저널리스트포럼'
한·일 언론인 등 30여 명 참석

상호 이해·객관 보도 자세 필요
인적 교류 확대 등 발전 방안 논의
원전 등 환경문제 공동 기획 제안


'부산-후쿠오카 포럼'이 주최하고, 부산일보와 동서대 주관으로 23일 동서대 센텀시티캠퍼스에서 열린 '부산-후쿠오카 저널리스트 포럼 2015'는 양국 언론인들이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발전적인 한·일 미래관계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함께 모색하는 소통의 장이 됐다.

이번 포럼에는 두 나라의 유력 언론사 관계자와 저널리즘 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석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 졌다.

첫 발제에 나선 부산일보 장지태 수석논설위원은 위안부 문제, 독도와 교과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일본 근대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최근 한·일 관계의 현안과 쟁점 등을 소개했다.

장 위원은 "한·일 양국 국민들은 상대 국가에 대해 강한 불만과 불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양국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함께 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 보도에 있어 과도한 애국심이나 국수주의가 작용하면 사실 관계를 왜곡하거나 상호간 오해와 불신만 증폭시키는 만큼 객관적이고 형평성 있는 보도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 호리 신이치로 대표실위원 역시 양국 국민들이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언론이 보다 냉정한 보도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리 위원은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내에서 혐한 감정을 내세워 한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보도가 눈에 띄게 늘고, 이것이 다시 관계 경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완수 교수는 "한국과 일본처럼 국가간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갈등 이슈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언론인들은 우경화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는 아베 내각의 외교 정책과 이로 인한 이웃 국가들과의 갈등, 산케이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 훼손 논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뜨거운 설전을 주고 받으며, 인식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부산과 후쿠오카 양 도시 언론이 중앙정부 주도의 한·일 관계에 있어서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 있는 만큼 양국 간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고,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갈 실마리 역할을 해나가자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노무라 도모히로 규슈아사히방송 편집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며 "통신사가 대마도를 지렛대로 양국의 선린 우호 관계를 지속시켰듯 후쿠오카와 부산의 언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후쿠오카 언론사 인적 교류 확대와 공동 저널리즘 등 향후 발전적 협력 방안들도 쏟아져 나왔다.

요미우리신문 야마네 고지 경제부 주임은 "부산에서 고리1호기 폐로를 둘러싸고 치열한 갈등이 빚어진 것처럼, 규슈에서도 원전 재가동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며 "한·일 언론이 공통의 현안인 원전이나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 등에 대해 공동 기획 보도를 한다면 보다 깊이 있는 보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제의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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